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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국제법 위에 군림하려는 미국의 억지

미국, 국제형사재판소 기소권에 '족쇄 채우기' 혈안


지난 1일부터 발효한 국제형사재판소(ICC)규정의 취지를 훼손시키려는 미국의 억지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동티모르 평화유지군 건을 시작으로 자국에서 파병한 평화유지군에 대한 사실상의 면책특권을 줄곧 주장해 왔다. 급기야 지난달 30일엔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엔안보리에서 보스니아평화유지활동 기간연장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안보리는 6월 30일로 끝나는 보스니아 평화유지활동을 7월 3일까지, 다시 15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임시 연장하고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보스니아 평화유지활동 조기종결을 위한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미국의 거부권 행사가 없었다면 보스니아 평화유지활동은 올해 말까지 연장되는 것이 기정사실이었다.

현 ICC 규정 16조에 따르면 유엔안보리가 국제형사재판소의 '조사 또는 기소'를 1년 간 보류하도록 요청할 수 있으며 기간연장을 위해서는 모든 상임이사국의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안보리의 기간 연장이 자동적으로 요청되는 것으로 하고 국제형사재판소의 기소는 모든 상임이사국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인 미국에 대해서는 영구적인 '조사 또는 기소' 보류로서 사실상의 면책을 의미한다.

집단학살과 반인도범죄의 직접적 피해당사자인 보스니아 주민들의 안전과 평화를 담보로 미국이 ICC 규정의 개정을 요청하는 것은 각국 인권단체 및 세계 주요 언론의 비난을 받고 있다. 전 세계 천여 개 이상의 민간단체로 구성된 국제형사재판소를 위한 연맹(CICC)은 성명서를 통해 "미국의 이번 요청에 따를 경우, 병력 제공 국가가 극악한 범죄행위를 한 자들에 대해 조사하지 않을 땐 어떠한 조처도 취할 수 없게 된다"라며 "안보리는 미국의 제안을 거부하라"고 촉구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는 "부시행정부의 실력자들은 미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이 너무나 지배적이어서 더 이상 국제법의 지배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믿고 있다"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