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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시그네틱스 어린이집 불법 파괴

강서구청, 영유아보육법 위반 고발조치


서울 염창동 시그네틱스 어린이집 철문은 안으로 용접된 채 굳게 닫혀 있었다. 큰길까지 10미터 정도 되는 골목길에는 흉측스럽게 쌓인 온갖 가구들과 아이들의 놀이기구들이 비닐장막으로 우왁스럽게 덮여져 있었다. 철문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어린이집 건물은 이제 막 철거를 기다리는 듯 난장판이었다. 지난 5일 새벽 시그네틱스(대표이사 양수제)가 노조에서 운영하던 어린이집을 파괴한 직후 현장의 모습은 비참했다.

시그네틱스 어린이집은 지난 96년 노사합의로 설치된 후 시그네틱스 지회(지회장 정혜경, 아래 시그지회)에서 계속 운영해 왔다. 어린이집에는 6명의 교사와 38명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었지만, 이들은 하루아침에 자신의 보금자리를 빼앗겨 버렸다.

그날 어린이집 파괴행위는 명백한 불법으로, 이와 관련 강서구청은 7일 시그네틱스를 고발 조치했다. 현행 영유아보육법 제11조는 보육시설을 폐지할 경우 "보육중인 영유아를 다른 시설로 전원조치하는 등 영유아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시그네틱스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어린이집을 강제로 폐지했던 것. 같은 이유로 시그네틱스는 이미 두 차례나 강서구청으로부터 어린이집 폐지 신고를 반려받은 바 있다.

한편, 시그네틱스는 어린이집 파괴 직후 시그지회의 농성장을 강제로 철거했다. 이에 시그지회는 7일 영풍그룹 본사 앞에서 총력집회를 열었고, 이 과정에서 조합원 이모 씨가 경찰의 방패에 얼굴이 찍혀 코뼈에 금이 가고 14바늘이나 꿰맨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 시그지회는 경찰을 상대로 고소·고발을 준비 중이고, 설연휴 주말까지 어린이집을 복구한다는 계획이다. 8일 현재 시그지회의 파업투쟁은 2백일을 훌쩍 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