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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주5일 근무제, 차라리 중단하라”

단계적 실시, 탄력적 근로 등 곳곳에 독소조항


최근 노사정위원회의 주5일 근무제 논의가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10월 5일 노사정위원회 본회의에는 노동시간단축 관련 쟁점에 대해 ‘공익위원안’이 제출되었고, 이어 17일에는 ‘합의초안’이라는 이름으로 노사정위의 논의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문제는 노동시간 단축 효과를 반감시킬 △단계적 실시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연월차 휴가 축소 △생리휴가 무급화 △주휴 무급화 등이 주5일 근무제와 함께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실 노동시간을 단축해 노동자와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일자리를 늘리자’는 애초의 주5일 근무제 도입 취지에서 많이 벗어난다.

우선 주5일 근무제의 단계적 실시는 현재 장시간 노동의 대표적 희생자인 비정규․중소영세기업 노동자들을 더욱 희생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공익위원들은 공공부문 및 1천인 이상 사업장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교육부문 및 50인 이상 사업장→전사업장 순으로 2007년까지 5년에 걸쳐 도입한다는 안을 제출했다. 이도 모자라 지난 달 17일의 ‘합의초안’은 2010년까지 8년에 걸친 단계적 도입을 거론하고 있다.

이 경우, 비정규․중소영세기업노동자들은 가장 나중에 주5일 근무제의 적용을 받게 된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들은 초기에 노동시간 단축에 드는 비용을 중소영세기업들에 떠넘겨 결국 이들 사업장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 이중의 고통을 전가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또한 대기업들은 주5일 근무제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방식으로 업무의 분사화․하청화․용역화를 확대해 비정규노동자를 더욱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1년 단위로 확대 적용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란 일이 많을 때는 노동시간을 늘리고 일이 적을 때는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는 제도로, 가장 길게 일을 시킬 수 있는 한도는 2주 단위일 땐 주48시간, 1개월 단위일 때 주56시간이다. 이때 단위기간 내의 총 노동시간을 평균해 주당 노동시간이 44시간이 되면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

예컨대 한 주는 12시간씩 4일간 일하고, 다른 주는 12시간씩 3일, 4시간씩 1일 일을 시켰다고 하자. 이렇게 되면 2주 동안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4시간이며, 한 주에 최장 48시간까지 일을 시킨 셈이 된다. 따라서 이 경우 하루 8시간 노동을 초과한 4시간에 대해서는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이 제도는 일시적이고 집중적인 장시간 노동으로 노동자들의 건강을 해치고 연장근로수당의 미지급으로 임금이 감소되는 결과를 낳아 97년 도입 때부터 강한 비판을 받아왔다. 현재 논의대로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1년 단위로 확대 적용된다면, 계절적 요인에 따라 업무량의 편차가 큰 유통․서비스산업과 주문생산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불규칙한 장시간 노동이 더욱 심해질 거라는 우려가 커진다.

노동시간 단축 효과가 의문시되기도 한다. 연․월차 휴가를 통합해 상한선을 20일로 축소하고 생리휴가를 무급 휴가로 만들면, 실 노동시간을 목표치인 연 2천 시간 미만으로 줄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에서는 “이럴 바에야 주5일 근무제 논의를 중단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노사정위원회가 이같은 노동자들의 우려를 경청하고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6일 노사정위원회 관계자는 노동시간단축과 관련해 막후교섭이 진행 중이라고만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