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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헌변 회원이 인권위원이라니?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활동할 인권위원을 각각 2명씩 추천했다. 그런데 추천된 인권위원의 면모와 추천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놀라움과 분노를 억누를 길이 없다.

우선, 이번 추천에서 드러난 양당의 태도는 오만하기 그지없다. 양당은 인권위원 추천과정 및 그 기준에 대해 한마디 설명도 하지 않았다. 인권위원은 임기 3년 동안 국가인권위를 좌지우지하며 국민의 인권신장을 위해 활동할 막중한 책임을 지는 자리다. 때문에 국민들로선 선정된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선정기준은 무었이었는지 마땅히 알 권리가 있다. 각 당의 ‘인권전담기구’라 할 당내 인권위원회조차 “신문기사를 통해 추천된 사실을 알았다”고 말할 지경이니, 국민들은 ‘주는 떡’이나 받아먹으란 뜻인가?

무엇보다도 경악할 사실은 한나라당이 추천한 유현 판사의 이력이다. 우리가 유현 씨의 이력을 충분히 확인할 길은 없다. 그러나 유 씨가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헌변)의 회원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인권위원이 될 자격이 없다. 헌변이 어떠한 조직인가? 98년 최장집 교수, 올해 한완상 교육부총리에 대한 색깔시비 등 ‘사상검증’이란 이름 아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전면 부정해 온 단체다. 특히 99년 국정감사에서 제주 4․3사건 희생자문제를 집중 거론했다는 이유로 추미애 의원을 ‘헌법 적대자’로 낙인찍고 있다는 사실은 헌변의 ‘반인권적 행보’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이러한 조직의 회원이 어찌 감히 인권위원회에 끼어들 수 있단 말인가? “아는 사람이 있어 회비만 내는 정도”였고 “헌변의 취지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는 유현 씨의 해명은 궁색할 뿐 아니라, 공인이 되기엔 너무도 무책임하다.

따라서 우리는 유현 씨에 대한 인권위원 추천을 당장 철회할 것을 한나라당에 요구한다. 더불어 나머지 세 명의 인권위원 피추천자들의 경력에 대해서도 여야 모두 공개적인 확인절차를 밟을 것을 요구한다.

거듭 강조하건대, 인권위원은 그 어떤 공직보다도 ‘인권에 대한 헌신성’이 요구된다. 검․경 등 막강한 권력기관을 상대로 소신있게 싸우며, 국가인권위원회를 올곧게 지킬 수 있는 인물만이 인권위원 자격이 있다. 기득권의 울타리에 안주해온 사람보다, 권력에 맞서 인권옹호활동을 펼치거나 높은 인권의식이 있는 사람이 그 소임에 적합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제 대통령과 대법원장에게 맡겨진 6명의 인권위원 명단도 조만간 발표된다. 청와대와 대법원만큼은 여야의 전철을 밟지 말 것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