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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미 보복전쟁 반대’ 목소리 강제진압

경찰, “민감한 시기에 기자회견 허용 안 한다” 사전압력


‘9.11 테러’에 대한 미국의 무차별 보복전쟁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사회단체들의 문제제기가 경찰에 의해 무참히 짓밟혔다.

자통협, 민주노총, 민중연대 등 23개 사회단체들은 17일 오전 11시 미대사관 옆 한국통신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정부가 보복전쟁을 즉각 중단하고 힘에 의한 패권정책을 철회하라고 촉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기자회견 전에 이미 문정현 신부, 홍근수 목사 등을 개별적으로 에워싸 고립시켰고, 민주노총 허영구 위원장 직무대행 등 사회단체 간부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해 난지도, 구리시 등으로 강제 해산시켰다.

자통협 김종일 사무처장은 “초반부터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폭력을 가해 (참가자들을) 극도로 흥분시켰고, (경찰들은) 기자회견 자체를 원천 무산시키려 했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실제 이 과정에서 문정현 신부는 전경의 방패로 다리를 찍혀 부상을 당했고, 인천공대 이병호 학생은 실신해 강북 삼성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결국 12시 30분경 홀로 남은 문정현 신부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행사는 축소됐다. 기자회견문과 더불어 ‘9․11 테러’에 의해 숨진 무고한 미국시민을 애도하는 편지와 꽃다발을 미 대사관 측에 전달하려는 계획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에 대해 김종일 사무처장은 “같은 장소에서 여러 번 기자회견을 해 왔지만 기자회견 자체를 원천적으로 무산시켰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하지만 종로경찰서 정보과 관계자는 “대사관 100미터 이내의 집회는 불법”이라며, “대사관 바로 옆에서 30~40명이 모여 있어 해산한 것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경찰들의 폭력연행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경찰 측으로부터 “민감한 시기에 기자회견을 허용하지 않겠다”, “기자회견에 나오기만 하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등 협박성 전화를 받은 것.

한편 이날 난지도 등으로 강제 해산당했던 민주노총 신현훈 대외협력실장 등은 다시 기자회견 장소로 집결해, 종로경찰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경찰의 폭력연행을 규탄했다. 이에 신 실장 등은 저녁 6시경 종로경찰서장을 만나 △공식사과 △재발방지 △부상자치료 등을 요구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이날 경찰의 폭력연행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및 종교․여성․사회단체들은 이번 주 매일 기자회견 및 집회를 열어 ‘전쟁만은 안 된다’는 주장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