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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요건 못 갖춘 영장 재청구 ‘각하’

남부지원, 무분별한 인신구속에 쐐기


법원이 검찰의 편의적인 구속영장 재청구에 제동을 걸고 형사소송법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남부지원 형사합의 2부 박시환 부장판사는 서울지검 남부지청이 이 아무개(51)에 대해 형법상 무고죄 등의 혐의로 재청구한 구속영장을 “영장 재청구 자체가 위법하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에 대해 법원이 각하 결정을 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며, 이번 각하결정은 법에 규정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영장 재청구는 심리 대상조차 되지 않음을 법원이 확인한 것이다.

검찰은 이미 지난 2월 이 아무개에 대해 간통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남부지원 영장 담당 판사가 “피의자가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며 이를 기각한 바 있다. 이에 검찰은 지난 19일 이씨를 긴급체포하고 무고 혐의를 추가해 20일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구속영장 재청구는 부장판사가 심리한다’는 규칙에 따라 이를 심리한 박 부장판사는 “최초 영장 청구 당시 범죄사실 부분에 무고 혐의에 대한 언급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1차 때 간통 혐의로만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무고 혐의를 추가해 영장을 재청구했다”며 “이를 새로운 범죄 사실로서 추가하여 피의자를 재체포하는 것이 허용되어서는 안 되며 이 사건 구속영장의 재청구는 위법한 긴급구속에 터잡은 것으로 구속영장 청구 자체가 위법하다”고 결정문에서 밝혔다.

박 부장판사는 또 “검찰이 재청구를 하면서 1차 영장 청구 기각 사유와는 관계없는 사실만을 형식적으로 추가해 재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해 부적법한 청구”라는 점도 지적했다. 박 부장판사는 “특히 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나 국가보안법․집시법 등 공안사건 같이 구속영장을 발부 받는데 의미를 두는 사건에 대해 거의 대부분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심한 경우 구속영장이 기각된 바로 다음날 형식적 자료만을 보완한 채 재청구를 하는 일도 있고 재청구도 기각되면 계속 재청구를 반복하여 서너번 씩 재청구를 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고 구속영장 재청구 운영실태를 꼬집었다.

형사소송법 제208조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 의하여 구속되었다가 석방한 자에 대하여는 다른 중대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동일한 사실에 관하여 재차 구속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