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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한국통신 노동자 한강대교 시위

"부당해고" 호소에 회사․언론 꿈쩍 안해


"총파업 35일 째, 영하 15도를 밑도는 강추위 속 노숙투쟁 15일 째 어렵게 싸우고 있는데 회사는 꿈쩍하지 않고 있다. 우린 많이 지쳤고, 언론의 냉대가 너무 서럽다."

16일 오전 10시, "한국통신은 고용안정 보장하라"는 현수막이 서울 한강대교 위에서 나부꼈다. 한강대교 5m 난간 위에서 겨울 강바람 속에 위태롭게 현수막을 부여잡고 있는 이들은 계약직 노동자 7천명의 부당해고에 맞서 싸우고 있는 한국통신 계약직노동자들이다. 이창기 씨 등 5명의 노동자들은 "고용안정 보장하라! 계약직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1시간 여 동안 기습적으로 고공시위를 벌였다. 이 씨 등은 오전 11시경 출동한 경찰에 의해 용산경찰서로 연행된 이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들이 고공시위까지 감행한 것은 전날 동료 조합원이 반신마비로 쓰러진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강추위 농성에 동료 쓰러져

1월 2일부터 한국통신 본사(경기도 분당) 앞 농성투쟁에 참여해왔던 이동구(28·대전충남본부) 씨는 15일 정오 무렵 반신마비 증상을 일으키며 쓰러져 분당재활병원으로 옮겨졌다. 의사는 지나치게 피로가 축적된 데다 날씨가 너무 추워 왼쪽 뇌의 혈관이 응고된 나머지 혈액순환이 안 돼 마비증상이 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루가 지난 16일 이 씨는 마비되었던 오른 팔과 다리의 감각을 되찾았지만 여전히 말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의사는 언어장애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 씨는 전문적인 치료를 위해 삼성의료원으로 옮겨졌. 이춘하 한국통신계약직노동조합 상황실장은 "이 씨 외에도 살인적인 추위에 몸이 아픈 조합원들이 많다. 동상에 걸린 사람은 태반이고 개별적으로 병원에 입원한 여성조합원들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