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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권활동가는 쓰러지고 정부는 뻣뻣하고


민주당 대표를 만나러 간 인권단체 대표자들이 문전박대를 당한지 몇시간 후 명동성당에서 단식농성 중인 인권활동가들을 이끌던 상황실장이 쓰러졌다. 노상 단식농성을 시작한 지 9일째 되던 5일 오전 9시, 권오헌 민가협 공동의장, 변연식 국제민주연대 공동대표 등 인권단체 대표자들은 "김중권 대표가 바쁘다"는 이유로 만나지 못하고 활동가들이 '곡기'를 끊고 노상에서 연좌농성 중인 명동성당으로 돌아왔다. 대표자들이 전날 새벽 "(왜) 인권활동가들이 한겨울 노상 단식을 할 수밖에 없는지" 진지하게 설명하기 위해 긴급히 김 대표 면담신청을 한 터였다. 이날 오전 민주당에 동행했던 노수희 서울연합 의장은 "민주당이 단식 농성단의 절박한 마음을 모르는 것 같았다"고 촛불집회에서 보고했다.

대표자들이 돌아온 지 6시간만에 박래군 농성단 상황실장이 혈압이 오르고 심장에 고통을 느낀 끝에 쓰러져 사당의원으로 이송됐다. 유가협 회원 오영자(60, 박선영 열사 어머니) 씨는 혈압이 떨어지고 기력이 떨어져 농성단원들이 단식을 그만둘 것을 간곡히 호소했으나 거부한 채 링겔을 꽂고 누워있다.

5일 저녁 8시 촛불집회에는 25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민언련 성유보 이사장,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연대 박석운 상임집행위원장이 단식농성에 동참했다. 또 참여연대 김태식, 안진걸 씨도 전날 차병직 협동처장에 이어 단식에 동참했다. 또 시민 김종현(26) 씨가 찾아와 단식농성에 참가해 5일 저녁 단식에 참가하고 있는 사람은 모두 20명에 이른다.

각 단체의 지지성명도 이어졌다. 4일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평등사회를 위한 전국의료인연합, 한국청년연합회, 불교인권위원회, 충북여성민우회 등이, 5일에는 제주인권지기를 비롯한 15개 제주지역시민사회단체, 한국노총, 한국여성의 전화연합, 충북연대, 충북기독교교회협의회 등이 성명을 통해 국가보안법 폐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정, 부패방지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한편 단식농성의 취지를 확산시키고 많은 사람들이 지지방문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획이 이뤄지고 있다. 6일 저녁 8시 명동성당 농성장에서 박준, 조국과 청춘, 손병휘, 우리나라, 최도은, 꽃다지 등이 긴급히 일정을 조정하고 무료로 참여하는 촛불문화제를 열고, 7일 오후2시에서 서울역에서 명동성당까지 행진하는 '국가보안법 폐지 범국민의 날' 집회를 한다. 8일 오후 2시에는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4개 종단이 역시 단식농성장에서 '3대 개혁입법 제정 및 폐지를 위한 시민·종교인 기원대회'가 열린다. 9일 오전 10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연대, 국가인권기구 공대위, 부패방지입법시민연대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