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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굶어도 아파도 지원은 없어

쪽방 거주민 실태 드러나

쪽방 거주민 대부분이 돈이 없어 끼니를 거르고,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1일부터 보름 동안 서울 영등포구와 중구의 쪽방 거주민 3백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강연대의 '쪽방 거주민의 의료와 사회보장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건강연대는 28일 '올바른 의료보험법 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쪽방지역 의료 및 복지서비스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번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우선, 매일 세끼 식사를 하는 쪽방 거주민은 37%에 불과하고 한 끼만을 먹는 사람들이 10% 이상이나 됨으로써, 쪽방 거주민들은 영양실조에 걸릴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끼니를 거르는 이유는 무응답(129명) 다음으로 '돈이 없어서'(78명)가 많았다.

또 이들의 빈곤은 건강 상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대상자의 80% 이상이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하는 증상을 하나 이상씩 갖고 있었으며, 그 가운데엔 결핵과 알콜중독 등의 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이 다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취약계층의 건강을 우선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보건소와 국공립병원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쪽방 거주민들이 아플 때 주로 이용하는 의료기관은 민간에서 운영하는 무료진료소(95명), 약국(63명), 개인의원(62명), 그리고 국공립병원(54명)과 보건소(21명)의 순이었다. 이밖에 돈이 없거나 수발해 줄 사람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은 1백84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반이 넘었다.

또한, 쪽방 거주민 가운데 의료보호증이나 의료보험증이 없는 사람이 전체 조사대상자 중 42%(148명)나 차지했으며, 국민기초생활보장을 신청한 사람은 전체의 28%에 불과했다. 기초생활보장 신청자 중에서도 24%는 수급권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결국 이번 조사결과는 국가의 생활 지원이 가장 절실한 쪽방 거주민들이 정작 의료보장 및 기초생활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쪽방 거주민들에 대한 대책도 함께 이야기되었는데, 노숙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으로 제시되었다. 특히 생계와 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적용 △도시락 배달 등을 통한 식사 공급 △결핵 검진 사업 및 해당 지역 보건소의 방문진료 등이 주요한 대책으로 제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