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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제5회 인권영화제 개막일 표정>

1천5백 가슴에 불빛된 '체 게바라'


제5회 인권영화제의 서막이 올랐다. 27일 저녁 8시30분, 이화광장에서 시작된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 : 볼리비아 일기'(리차드 딘도, 94분)는 1천5백여 관객을 사로잡았다. 인권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35미리 필름으로 관객을 만난 '체게바라'는 이화광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가슴에 '불빛이 되었다.' 어떤 이는 냉정할 정도의 사실만을 쫓은 리차드 딘도에 탄복하고, 또 어떤 이는 체 게바라의 이상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고민하기도 했다.

7시10분, 이대 풍물패의 등장으로 시작된 개막식은 홍석천 씨가 사회를 맡으면서 시작됐다. 동성애자임을 밝히며 어둠 속에서 세상으로 걸어나온 홍 씨는 "인권영화제에 관심이 없었지만, 올 인권영화제는 나에게 아주 뜻 깊다"는 감회를 밝히기도 했다.

서준식 인권영화제 총감독은 개막선언에서 제5회 인권영화제도 '불법'임을 상기시키며 "사전심의를 받지 않은 것은 검열폐지와 표현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도전"이라고 밝혔다. 서 총감독은 "사람을 짓누르는 불법은 이를 답습하거나 굴종할 경우 언제나 불법으로 남게 된다"며, 사전심의 거부는 "인권의 감성과 원칙을 깔아뭉개는 법, 제도 그리고 관행에 대한 도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개막식에 앞서 오후 5시부터 이화여대 법정대 강당에서는 유니세프에서 제작한 '어린이 권리를 위한 만화 시리즈'(15분)와 '스코츠보로 : 미국의 비극'(다니엘 앤커/바릭 굿만, 84분)이 상영됐다. '어린이 권리를 위한 만화시리즈'는 29일 오후 1시 같은 장소에서 재상영되고, '스코츠보로 : 미국의 비극'도 28일 오후 1시 학생회관 시네마떽에서 재상영된다.

28일(토)에는 법정대 강당, 법정관 405호, 학생회관 시네마떽에서 13작품이 상영되며, 저녁 7시40분부터는 개막작이 상영된 이화광장에서 '대지의 소금'(허버트 비버만, 94분, 극영화)과 '처벌에 맞춘 범죄'(바바라 모스/스테판 맥, 46분, 다큐멘터리)가 연이어 상영된다.

냉전의 극성기인 1950년대에 매카시즘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할리우드 영화인들이 만든 '대지의 소금'은 극장 상영을 거부당했지만, 훗날 미국 연방의회 도서관이 선정한 '후세에게 물려줄 소장영화 100편'에 꼽혔다. '대지의 소금'은 1950년에 발생한 뉴멕시코주의 아연광산 파업을 소재로 하고 있다. 파업과정에서 인종, 계급, 여성문제 등 당시 미국사회에 잠복해 있는 모든 구조적인 문제들이 돌출하며, 지리멸렬해지는 파업을 성공으로 이끈 것은 광부의 아내들. 이 영화는 계급과 성을 아우르는 모든 '평등'에 관한 영화로, 백인 보안관․광산회사 간부․주인공 아내 배역을 제외하고는 파업에 참가한 광산노동자와 아내들이 출연한다.

또 '처벌에 맞춘 범죄'는 '대지의 소금'이 만들어진 배경과 당시 정치적 분위기를 조사하는 다큐멘터리로, 50년대 매카시즘을 풍부한 자료화면으로 전하고, 영화에 출연했던 광산노동자와 그 아내들의 회고담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