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심사관이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한 노동자에게 폭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재남 심사관은 구제 신청인 조사에 참석한 철도노동자 조연호, 김정민 씨에게 "내가 사장이어도 당신들을 자르겠어", "당신네가 만든 불법단체를 철도청에서 그냥 놔두면 되겠냐"는 등 심사관으로서 가져야할 중립성과 공정성이 의심스러운 발언을 한 것이다.

조 씨와 김 씨, 두 사람은 지난 3월 7일 연차휴가를 신청하고 철도노조 대의원대회에 참가했으나, 철도청이 이를 무단결근처리하고 징계와 함께 산간오지로 전출시키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출한 상황이었다.

김정민 씨는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구해달라고 찾아든 사람에게 이렇게 모욕적인 발언을 하는 것이 심사관의 역할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경우 변호사는 "노동위원회 심사관은 선입견 없이 쌍방의 입장을 가감 없이 조사하는 것이 1차적인 임무"라며 "그런 발언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선입견을 가지고 예단을 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으며, 이런 상황에서는 공정한 조사가 이루어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30일 성명을 통해 "심사관들의 편파적이고, 반노동자적인 업무처리에 의해 노동위원회의 설립취지가 부정당하고 있다"며 조재남 심사관에 대한 징계와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했다.

한편, 조재남 심사관은 본지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할 말이 없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으며, 이만호 노동위 위원장은 "나이 어린 노동자들이 말을 함부로 해 심사관과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문제의 핵심을 돌렸다. 또 "사과를 한 걸로 알고 있고, 주의조치를 취했으니 이후의 징계는 얘기할 문제가 아니"라며 사실상의 무마를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