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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민가협 341차 목요 집회

보랏빛 수건을 벗어 던질 날은 언제?


말복인 10일, 탑골공원 앞에 눈에 익은 보라색 수건들이 보인다. '양심수 전원 석방', '정치 수배 해제'. 저마다 손에 든 양심수의 사진과 피켓의 글귀가 공원 앞 보도를 꽉 메운다. 광복절을 눈앞에 둔 '특별한' 목요집회가 시작되고 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날씨지만 "갇힌 자들의 고통에 비하면 복날의 더위는 차라리 사치스러워요"라는 민가협 임기란 의장의 개회사에 사람들은 이마에 맺힌 땀을 잊는다.

"옥살이는 다했지만 자격정지 기간이 끝나지 않은 남편이 있어요." 4월에 갓 결혼했다는 정은희 씨의 말이다. "그런데, 검찰이 지난 그 사건을 추가 기소한 거예요. 사면․복권이 되지 않으면 옥살이를 다시 할 수밖에 없다는데 너무 답답해요." 그의 사연에 사람들은 사뭇 숙연해진다. "저런, 저런…" 길 가던 할아버지도 혀를 찬다. "김현철은 사면․복권된다지?" 옆에 있던 아주머니도 거든다. 이보다 더 나쁠 수가 있을까 생각하다가도 다음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아예 할 말을 잃는다. 위암 말기 수감자인 72세의 한단석 씨, 죽음을 앞둔 모친을 두고 옥에 갇힌 전양배 씨 등 구구 절절한 사연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미결수들은 보석 상태로 재판하고, 수배자들은 당국이 조치를 해주면 될텐데 그걸 안 해준단 말이죠.", "양심수를 김현철, 홍인길 같은 사람들의 들러리로 세우려는 것은 아닌지." 민가협 남규선 총무는 말을 잇다가 분을 터뜨린다.

이어 어머니들은 더위에 지친 몸으로 명동성당을 향한다. "양심수를 석방하고, 정치 수배 해제하라!!" 구호를 외치는 그들 머리 위의 보라색 수건은 하루빨리 '쓸모 없어지기를'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