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테러진압부대 임무는 노동자 테러?

설치근거인 대통령 훈령 47호는 대외비


호텔롯데 노조와 사회보험노조 파업진압을 위해 투입된 경찰청 특공부대가 테러진압을 목적으로 창설된 부대였음이 밝혀졌다. 테러진압과 도시게릴라형 강력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만들어진 경찰 특공대가 본연의 임무를 벗어나 노동자를 상대로 테러를 한 셈이다. 또한 경찰은 대 테러부대의 설치근거인 대통령 훈령 47호를 대외비로 하여 공개를 거부하고 있어 특공대 운용의 투명성이 의심되고 있다.

한편 청와대 비서실의 법률담당 관계자는 "대통령 훈령 47호는 청와대에서 잘 모른다. 경찰에 물어봐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경찰청 경비국 작전계의 한 관계자는 "경찰 대 테러부대가 대통령 훈령 47호에 근거한 것은 사실이나 훈령의 내용은 국가기밀"이라고 대답을 회피하다가 "대외비로 분류돼 있다"고 말을 돌렸다. 이 관계자는 또 "훈령은 경찰이 성안하지 않고 국정원에서 작성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호텔 롯데에 특공대를 투입한 법령적 근거에 대해서도 "훈령 자체가 대외비이기 때문에 그 근거도 당연히 밝힐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특공대는 형식상 서울지방 경찰청 산하로 되어 있으나, 국가정보원 대 테러과, 청와대 경호실, 경찰청 경비과의 협의하에 운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 테러부대는 96년 한총련 연세대 집회, 98년 조계사 분규 등에 투입된 데 이어 이번에 호텔 롯데와 사회보험노조에 투입된 것이다.

이한동 국무총리는 11일의 대정부질의 답변에서 호텔롯데 파업을 진압할 때 특공대인 '솔개'부대를 투입한 이유에 대해 △장애물을 제거하고 △다른 노조원들의 접근을 차단하여 △초기에 진압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호텔 롯데 노조 신승근(대의원) 씨는 "테러진압부대면 테러를 저지르는 경우 투입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신씨는 또 "진압경찰이 오히려 '너희들 각목, 파이프도 없이 무슨 농성이냐? 그렇게 허술하게 준비해서 뭘 할 수 있겠냐'고 희롱할 정도였다"며 "테러진압부대가 와서 오히려 테러를 저질렀다"고 분개했다.

11일 명동성당에서 호텔롯데의 한 노조원은 "솔개부대 지휘자는 '나는 머리에 먹물 들어 있는 놈을 증오한다. 걸리면 머리를 박살낸다'고 소리지르며 엎드리게 해놓고 군화발로 등을 밟고 다녔다"며 대 테러부대의 테러사실을 증언했다.

옆에 있던 또 다른 노조원은 "솔개부대원은 장애인증을 보여주는 사람도 마구 군화발로 찼다. 나중에 기자들이 와서야 그 장애인을 한쪽으로 빼주었다"고 치를 떨었다.

1983년 10월 5일 86 아시안 게임과 88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창설된 특공대원은 특수부대 출신자로 제한되며, △40kg의 모래주머니를 지고 100 미터를 19초 이내 주파 △2천 미터를 7분 30초 안에 주파하는 체력을 최소한의 조건으로 한다. 99년에는 지원자 ○○○명 중 겨우 ○명만 합격했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