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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없는 설움…이웃 '민원'에 빼앗긴 삶터

붕어빵 노점상 "살길 막막해요"


'가진 사람'의 이기주의가 한 노점상을 삶터에서 내몰았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사거리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던 박미자(58) 씨는 지난 28일 자신의 노점좌판 앞에서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구청 단속반원들이 들이닥쳐 노점좌판의 지붕을 무너뜨리고 쇠사슬로 매어놓은 리어카를 떼어가 버린 것. 그 전날 구청 직원으로부터 "장사를 그만두지 않으면 당장 물건을 싣고 가겠다"는 경고를 받은 박 씨는 노점을 치우러 나가던 길이었지만, 단속반원들보다 한 발 늦게 도착한 것이다.

이날 단속이 진행된 것은 박 씨의 노점 뒤편에 위치한 건물 쪽에서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었다. 강남구청 건설관리과 함경일 가로정비계장은 "민원이 들어왔기 때문에 단속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박 씨에 따르면, 단속이 벌어지기 전날 건물주인이 찾아와 "포장마차를 여기서 하면 내가 과태료를 물게 되니 당장 노점을 치우라"고 말했다. 박 씨는 건물주에게 "팔다 남은 재료만이라도 처분할 때까지 말미를 달라"고 사정했지만, 결국 하루만에 단속반이 들이닥친 것이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건물주는 단속이 벌어진 지 이틀만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여섯 식구의 생계를 책임져 온 박 씨는 이제 앞일이 캄캄하기만 하다. "당장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겠고, 손에 돈 백만원만 쥐어져 있어도 뭔가 해보려 할 텐데 너무 막막합니다."

사거리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신희정 씨는 "없는 사람이 벌어먹고 살겠다는 데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민원까지 넣다니 이해할 수가 없다"며 '있는 사람'들의 처사에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