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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길거리에서마저 내쫓기는 생존권

서울시 4월말까지 노점상 특별정비계획

"도대체 어떻게 살란 말이냐?"

정리해고로 인해 너도나도 직장에서 쫓겨나는 상황에서, 이제는 길거리 노점상에 대한 집중단속마저 시작돼 서민들의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9일부터 4월말까지를 '노점상 특별정비기간'으로 선정해 집중적인 노점상 단속을 벌이기 시작했으며, 그동안 노점상 잠정허용구역이었던 △중구 퇴계로 2가∼4가 △종로구 청계8가∼왕십리 로터리 △강서구 방화역 주변 △성북구 돈암동 로터리∼미아삼거리 등 8곳을 노점상 금지구역으로 바꾸기로 했다.


새로이 청계8가등 8곳 금지구역 설정

이처럼 서울시가 노점집중단속에 나선 것은 춘절기와 IMF시대를 맞아 노점상이 급증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시민들의 보행권 보장과 도시 미관 개선을 위해선 단속이 불가피하다는 게 일선 공무원들의 설명이다.

서울시 건설행정과의 강운규 주임은 "노점을 없애달라는 민원은 별로 없지만, 일단 불법인데다 대다수 시민들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강 주임은 또 "단속을 완화하면 도로사정이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며 "노점상들의 처지가 안타깝지만 내무부와 시의 방침이다"고 말했다. 송병열 중구청 가로정비계장 역시 "단속을 멈추면 노점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소수의 노점상보다는 다수의 시민이 겪는 불편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주변 점포상인들의 민원 △쓰레기 처리 등 환경문제 발생 △생계형이 아닌 축재형 노점 발생 등도 노점을 단속해야 하는 이유로 들고 있다.


"IMF형 노점상 급증 사전에 막자"

그러나, "대다수 시민들을 위해서"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송병열 계장은 "단속 나갈 때마다 가장 큰 애로사항은 시민들이 노점상 편에 서서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현재까지 IMF형 노점상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아니라고 일선 공무원들은 말한다. 그러나 5월부터는 그 숫자가 급증할 것이며, 이에 따라 생존 위협에 처한 노점상들과 단속반원들 사이의 마찰이 빈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정부의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송 계장은 "사람들이 노점으로 나오지 않도록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데, 할 수 있는 것은 단속 뿐"이라며 "단속 이후의 대책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단속실적 우수지역 포상

한편, 서울시는 분기마다 단속실적을 점검해 우수지역으로 선정된 3개 구청에 대해 1백만원 씩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벼랑에 처한 서민들의 생계대책을 마련하지는 못할망정, 결과적으로 노점단속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퇴계로 2가에서 포장마차를 하는 한 아주머니(44)는 이제 겨우 두달밖에 안된 '초보 노점상'이다. 남편없이 중학생 딸 하나를 키우는 이 아주머니는 일 나가던 식당 사정이 어려워져서 포장마차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두달새 벌써 경찰서 신세도 지고 벌금까지 물었지만 앞으로 집중단속이 벌어져도 장사를 계속할 생각이다. "딱히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서민들이 살아야 경제가 사는 것 아니냐"고 되묻는 아주머니에게 똑부러진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