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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고문에 갇혀버린 십년

정신분열 권대현 씨 지원 절실


10년 전, '국군의 대미 종속성 근절', '사병들의 인간적 대우' 등을 촉구하는 내용의 신문을 만들었던 군인이 있었다. 그가 끌려간 곳은 국군 기무사와 군 교도소.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정신은 그곳에 갇혀있다.

현재 정신병원에서 생활하는 권대현(31세) 씨. 동아대 영문학과 88학번. 대학 2학년 초 입대. 육군 53사 단기사병으로 복무. 그 이듬해 '애국군인'이라는 유인물을 제작, 배포한 혐의로 동아리 선배들과 함께 긴급체포. 국군 기무사에서 20일간 조사. 9개월간 군 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남. 이것이 주변 사람들이 기억하는 그의 자취다.

"아가 완전히 병신이 됐어요. 민주화한다고 돌아다니더니…." 올해로 일흔이 된 부친 권영옥 씨는 복받쳐 오르는 슬픔에 말을 잇지 못한다. 착한 성격에 공부도 잘해 가난한 집안을 일으켜 세울거라 굳게 믿었던 아들, 그러나 그 아들은 지금 정신병원에 있다.

"저는 아직 학생이고 수인입니다"라고 말한다는 권 씨는 자신의 말처럼 지난 10년을 감옥에 갇혀 살아왔다.

동이 트는 새벽 6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아침을 먹고 동아대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학교 주변을 배회하다 4시경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TV를 본 후 잠자리에 든다. 그 시간이 밤 9시 50분. 그리고 잠이드는 건 정확히 9시 52분이다. 그는 지난 10년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런 생활을 반복해왔다.

"20일간 빨간 벽지, 빨간 카펫이 깔린 30평 정도의 방에서 조사를 받았죠 '모든 것이 공포로 다가오는 충격'속에서 철창 매달리기 등과 같은 기합을 받으며 배후세력을 대라는 강요를 받았습니다" 권 씨와 함께 애국군인 사건으로 구속되었던 서재호(33) 씨는 "그때 미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며 쓰디쓴 옛 기억을 뱉어낸다. "군 교도소에서 잠깐 만났는데 먼 산만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 후 벽에 머리를 찧고 바닥을 뒹구는 등 이상행동을 보인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죠."

창도 없이 수면시간을 제외하곤 하루 14시간을 정좌상태로 앉아 있어야 하는 군 교도소. 대소변도 헌병의 허가를 받아야 가능한 그곳에서 권 씨는 조금씩 미쳐갔다.

"씻지도 않고, 계속 횡설수설이고, 요즘은 자기 빰을 때리고 있는데, 만성적 정신분열증 현상이에요. 이젠 조물주의 뜻만 기다릴 뿐이죠" 권 씨의 치료를 담당했던 김성부 해운대 정신병원 원장이 긴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한달 40만원 밖에 안돼는 수입을 반으로 쪼개 아들을 병원으로 보냈다. 그리고 이 일이 알려지면서 권 씨를 기억하는 선후배들이 '권대현을 사랑하는 모임'을 만들어 지원에 나서게 됐다.

"벌써 10년입니다. 그 좋은 22살에 평생 지울 수 없는 고통을 당했을 대현이를 생각하면 혹시 나 때문은 아닐까하는 생각에 눈물과 안타까움뿐이죠. 고문관들은 높은 지위에 올라 부를 누리는데, 왜 착한 대현이만…. 소송할 생각도 해봤지만 이 사회에서 어디 고문범죄가 처벌되기나 합니까? 그저 이번에 통과된 명예회복법안에 기대를 걸 뿐 입니다."

권 씨가 조금이라도 편하게 병원치료를 받도록 마음을 베풀었으면 좋겠다는 서재호 씨. 권대현 씨를 기억해줄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모금문의:서재호 016-852-7051/국민은행 137-21-0090-0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