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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느린 걸음도 죄가 되다니

민중대회 참가 장애인, 시가행진 중 강제연행


민중대회에 참가했던 장애인들이 대거 경찰에 강제 연행됐다. 이유는 걸음이 느리다는 것.

14일 99민중대회에 참가했던 서울장애인연맹 등 장애인단체 회원 30여명은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집회를 마치고 참가자들과 함께 서울역으로 평화행진을 하던 중 경찰기동대 소속 전투경찰들에 의해 강제 연행됐다.

당시 장애인들은 휠체어를 타거나 목발을 짚고 행진 중이어서 행진대열에서 상당히 뒤떨어져 있었다. 이때 서울경찰청 제3기동대 35중대 소속 전투경찰들은 아무런 예고도 하지 않은 채 행진하던 장애인들은 강제로 연행했다. 연행된 장애인들은 모두 마포경찰서로 이송됐으며 이 과정에서 지체장애인 위성심(45) 씨 등이 허리를 다치는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연행된 장애인들은 경찰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마포경찰서 정문 앞에서 5시간 정도 항의농성을 진행했다. 마포경찰서장은 “우리 책임이 아니다. 아마도 장애인들을 서울역까지 안전하게 후송 조치하도록 한 것이 중간에서 잘못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장애인들은 연행한 3기동대 35중대 소속의 한 전경은 “3기동대 부대장의 지휘를 받아서 움직였을 뿐”이라며 “너무 늦게 가 교통의 흐름을 막는다는 이유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서울장애인연맹의 조희도 홍보국장은 “당시 경찰은 아무런 예고나 경고도 하지 않은 채 장애인들을 강제로 연행했는데, 서장 말대로 정말 장애인들을 위한 조치였다면 서울역에 내려주었어야지 마포경찰서로 데리고 온 이유가 뭐냐”고 비난했다. 또 “장애인이 늦게 걷는 것은 당연한 일로 이마저도 원통한데 그것을 이유로 장애인을 쓰레기 취급하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서울시경찰청장 등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현장 책임자 등을 고소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