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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범죄수사의 성역 ‘주한미군’

동두천 변사사건에 한미행협 또 걸림돌


7일 동두천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이정숙(여, 48세) 씨 사망사건과 관련, 불평등한 한미행정협정의 문제점이 또다시 드러나고 있다.

심하게 부패한 상태로 발견된 이 씨는 2-3일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타살된 것인지 사고사한 것인지 현재까지 사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사망한 이 씨가 미 2사단 하비캠프의 코러 중사와 동거 중이었다는 점 등에 비춰 코러 중사에 대한 조사가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수사당국의 어정쩡한 자세와 한미행정협정이라는 걸림돌로 인해 코러 중사의 신병조차 확보되지 않고 있다.

사건을 맡은 위성문 검사(의정부 지청)는 “경찰의 수사보고에 따르면 코러의 행적에 대한 수사가 진행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지만, 담당경찰인 유재철(동두천경찰서 형사계장) 씨는 “이 씨의 동거인은 이름조차 확인이 안된다”는 상반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미군 군속이나 가족의 범죄에 대해 미군이 형사관할권을 행사하도록 되어 있는 한미행정협정 제22조도 수사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족 및 관련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거세다. 유족들은 “고인의 사인규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군중사 코어의 신병확보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와 새움터는 성명을 통해 “미군에 의한 타살의혹을 배제하지 말 고 철저하게 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새움터의 강옥경 부대표는 “평소에 그녀는 동료들에게 코러의 잦은 구타를 호소했었고 발견 당시 방문이 잠겨있는 것도 그녀의 습관과 다르다. 여분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집주인과 코러 뿐이었다”며 정황 상 이 씨가 타살됐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정유진 사무국장은 “경찰의 말대로 타살이 아니면 고인을 위해서도 차라리 다행이다. 주검이 발견되면 동거인이 참고인으로 조사 받는 것은 상식 아닌가? 이제, 주민들은 미군과 관련 사건은 당연히 해결되지 못할 것으로 여긴다”며 초동수사의 미흡과 관행화를 꼬집었다.

이 사건에 앞서 97년 4월 홍대 앞 조중필 씨, 98년 8월 군산 아메리카 환전소 박순녀 씨, 올해 초 신차금 씨 등의 살인사건 등도 미군 관련 의혹이 짙었지만 미군 측의 비협조와 불평등한 한미행정협정으로 인해 아직까지 진상규명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