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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동티모르, 독립투표 평화로운 마무리

결과는 7일 발표, 이행여부에 주목


8월 30일 온 세계의 이목은 인도네시아 옆의 작은 섬 동티모르에 집중됐다. 저녁 무렵 우려하던 바와 달리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주민투표가 끝났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투표소에서 한 주민은 “나는 너무 행복하면서도 두렵다. 하지만 우리는 이 날을 오랫동안 기다려왔고, 이날은 동티모르인에게 자랑스런 날이 될 것”이라고 한 외국방송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말했다. 또 독립운동 지도자인 자나나 구스마오는 “드디어 우리의 오랜 고통에 영원히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라고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현재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시내의 한 특별감호소에서 연금 상태에 있으며, 이날 경찰의 동행 속에 투표소에 나왔다.

이날 국민투표에는 등록 유권자(45만 여명)의 80%에 가까운 사람들이 참여했다. 특히 투표가 개시된 지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아침 7시 30분 경에 이미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투표소 앞에 줄지어 섰다고 유엔 관계자는 전했다. 애초에 유엔 요원들은 친인도네시아 민병대의 위협이 두려워 많은 사람들이 투표를 포기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지난 1월 주민투표 실시가 발표된 뒤 수십 명의 사람이 살해되었고, 투표를 앞둔 바로 지난 일주일 동안만도 열 명 가까운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은 이런 우려를 증폭시켰다. 일련의 유혈사태는 오랜 무장분쟁과 갈등의 역사를 압축적으로 반영하기도 했다.

16세기부터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동티모르는 독립을 선언한지 한 달도 안돼 1975년 다시 인도네시아에 강제 점령당했다. 그 이후 인도네시아 군대에 의한 고문․강간 등 온갖 종류의 신체적․성적․정신적 폭력과 살인에 동티모르인들은 일상은 점령당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산으로 들어가 저항운동을 조직했고, 동티모르 안팎에서의 끊임없는 투쟁을 통해 ‘동티모르인의 운명은 동티모르인 스스로 결정한다’는 원칙에 대한 동의를 국제사회로부터 이끌어내게 되었다.

일단 투표는 평화롭게 끝났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한 부분으로 머무를 것이냐 혹은 완전한 독립이냐가 드러나기까지는 아직 일주일의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행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독립이 결정될 경우 인도네시아는 동티모르에서 철수하고 권력을 우선 유엔에 넘겨야 한다. 그리고 유엔은 권력이 동티모르인에게 이양되기 전까지 과도적인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결과에 따라 순조롭게 일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오랜 갈등과 긴장이 해소되기 위해선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국제사회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유엔이 평화로운 권력 이양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동티모르인에게나 인류 모두에게나 동티모르의 앞날은 평화와 인권보장에 대한 중요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