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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내 아들은 억울하다

가혹행위, 꿰어 맞추기 수사 의문

연합뉴스에 따르면 성폭행범으로 지목 당해 5년 3개월 동안 옥살이를 한 이 아무개(35)씨의 아버지가 아들의 무죄를 주장하며 구명활동을 펴고 있다.

이용남(62, 백화점 청소원, 경기 광명시 광명1동) 씨는 지난 91년 아들이 생면부지의 여인으로부터 성폭행범으로 지목 당해 옥살이를 하게 되자 구명운동을 시작, 아들이 97년 만기출소한 후에도 구명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 씨의 주장에 따르면 91년 9월 애인을 만나러갔던 아들이 약속이 어긋나 돌아오는 길에 어이없게도 두 달 전 발생했던 강도, 강간 사건의 용의자로 경찰에 연행됐다. 그후 경찰들은 아들에 대한 면회와 변호인 접견을 금지시켰고 일주일이 넘게 이 씨를 불법 구금했다. 하지만 아무런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자 풀어주었다가 2달 후 강간 등의 혐의로 재구속했다. 그는 “범행을 부인할 때마다 주먹과 발 등으로 무차별 폭행했다”며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할 수는 없어 끝까지 부인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경찰의 가혹행위 △피해자가 도난 당했다고 주장한 수표와 아들과의 관련성이 전혀 드러나지 않은 점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라는 법원의 표기와는 달리 당시 피해자가 기억하고 있는 사건당일의 차량색깔과 범인의 머리모양 등이 일치하지 않는 점 △통상적인 수사기법과는 달리 경찰이 피의자인 아들을 한번도 사건현장에 데려가지 않고 경찰관을 대역 삼아 현장검증을 실시한 점 △구체적인 증거는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피해자의 진술과 피해자 주변인들의 ‘이 씨를 동네에서 보았다’는 주장을 유일한 증거로 명시한 점 등을 들어 아들의 무죄를 주장했다. 또한 “경찰과 검찰이 사건이 미궁에 빠지자 아들을 범인으로 몰아 사건에 끼워 맞췄으며 재판부 역시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판결을 내렸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사건을 맡았던 담당경찰(안산 경찰서)은 “구타한 적은 없다. 사실 범인이라는 확신은 없었지만 피해자가 맞다고 하는데 어찌하겠냐”며 가혹행위에 의한 꿰어 맞추기를 부인했다.

이 씨는 청와대 등 당국에 수 백여 통의 진정서를 보내는 한편 지난 5월에는 고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고법은 ‘재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재심청구를 기각했다.

이 사건을 한달 넘게 취재했던 연합뉴스의 공병설 기자는 “사건을 취재하면서 이 씨 부자가 억울하다고 판단했다”며 “인권변호사와 인권단체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