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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평화와 인권 ②

가족 재결합은 기본적 권리


25일 김대중 대통령은 "이산가족문제 진전 없을땐 비료 2차분의 북한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6일 남북차관급회담 본회담 2차 회의를 앞두고 이산가족의 상호 생사확인, 서신교환 등 상당부분에서 가시적인 진전이 있어야만 비료를 실은 배를 띄울 수 있다는 말이다. 헤어지고 흩어진채 살아가는 남·북 가족들의 가슴이 또한번 불안감으로 울렁거리는 대목이다. 72년 남북적십자회담 때도, 92년 남북합의서 채택 때도 그랬다. 모처럼 남북관계가 잘되가는것 같더니, 서로 얼굴 볼 꿈같은 날이 곧 올것 같더니, 다시 안타깝게 지켜봐야 할 '줄다리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세계인권선언 제16조(3)항은 "가족은 사회의 자연적이며 기초적인 단위로서 사회와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가족이 피치못할 사정에 의해 상호분리된 상황에 처해 있다면, 국가는 '긍정적이고 인도주의적인 견지'에서 가족 구성원과 재결합 하기를 원하는 사람의 신청을 다뤄야 할 의무를 진다는 것이 이 조항에 대한 해석이다. 유엔어린이·청소년권리조약도 마찬가지로 가족의 재결합 문제가 '긍정적이며 인도적인 방법으로 그리고 신속하게 취급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0조). 덧붙여 '가족재결합'의 보장을 위해서는 어떤 나라 안에서든 자유로운 이동과 거주의 자유, 본국을 떠날 자유와 함께 돌아올 권리가 보장되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사회의 기초적인 단위인 가족이 전쟁의 파편으로 찢겨져 그 재결합이 반세기 동안 가로막혀왔다면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며, 분쟁의 폐해가 생생히 살아있는 것이다. 이에 남북한 당국의 '가족 재결합'의 의무 이행에 대해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통계청의 99년 발표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이산가족은 52세 이상 1세대 123만 명이며, 2·3세대까지 포함하면 약 767만 명에 이른다. 이들에겐 가족 재결합을 위한 서신왕래나 국내·외 자유로운 이동이 불가능한 형편이다. 최소 1만달러(약 1천2백만원)이상의 비용이 든다는 제3국을 통한 만남은 수백 건에 불과하며 북한 방문에 의한 상봉 실현은 98년과 99년 각각 1건에 불과하다. 정부가 잇따라 발표한 상봉비용지원 대책은 따먹기엔 너무 높은 감이라는 지적이 대다수다. 또한 가장 근본적인 접근방식인 남북대화는 다시 '주고 받는' 문제로 나아간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산가족 문제가 꼭 풀어야할 우리 민족의 최대 과제라는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최우선의 과제'라고 해도 남북한이 이를 받아들이는 입장과 형편은 다르다. 다른 모든 문제에 앞서 '최우선 실시'를 주장하다보면 현 시점에서 화해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오히려 식량난으로 대표되는 북한의 현재 어려움과 관련된 문제를 제기했으면 좋겠다. 북한으로선 자생의 길이 없다. 정말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조건없는 지원'이 최대과제인 이산가족 문제를 실제로 풀어가는 길이 되지 않겠는가(정안숙 사무국장, (사) 좋은벗들)"는 지적에 귀 기울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