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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20년 경력교사, 스스로 목숨 끊어

교육 황폐 고발하는 유서 남겨


24일 새벽 전교조 소속 전창수 교사(44)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 교사는 <존경하옵는 대통령 각하>라는 제목의 유서를 남겼다.

"저는 교육현장에서 20년이 넘게 근무하면서 교단의 무사안일을 바로잡고 학생을 위하여 바람직한 일을 해보자고 전교조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지금도 확신을 갖고 열과 성의를 다하여 애쓰고 있습니다.

정부의 시장경쟁 위주의 교육정책은 교육의 황폐화를 초래하는 전초전입니다.

과도한 시장경제 논리에 대비해 나이든 교사 1명을 내보내면 젊은 교사 2-3명을 쓸 수 있다는 생각에서 정년단축을 실시하였으나, 과연 교원 수급정책은 계획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던 일단의 행정관료들의 말을 듣고 정책을 수립한 교육부는 지금 무슨 할 말이 있는지요.

… 교직은 전문직이라고 하면서도 언제 어느때 전문직으로 대접해주었는지요. 지금 당국은 언론과 결탁해 교사들을 무능하고 비리의 온상인양 내몰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일부 시인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대다수의 교사들은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습니다. 꼭 그렇게 매도하여야만 정책 당국자의 생각대로 교직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일부 언론의 무책임한 폭로성 사건 현장들은 이제는 그만두어야 합니다.
교육과 교원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사건적으로만 매도할 것이 아니라 신중한 자세를 취하여 교원전체의 명예와 교권의 실추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교사와 제자 사이는 신뢰를 바탕으로 믿음으로 형성되어야 하는데 이제는 이 신뢰감마저 상실되어 불신이 팽배되고 있는 것입니다.


거듭 존경하옵는 대통령 각하

저희들이 부르짖는 소박한 꿈들을 모른체 하지 말아주십시오.

비현실적인 과도한 경제논리에 의한 시장경쟁위주의 교육정책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합니다.

전국의 40만 교육자 여러분 우리는 참교육에 힘을 쓰면서 학생들에게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단에서만 죽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비록 어둡고 힘들더라도 잘못된 제도에 대해서는 과감한 용기를 보여야 합니다. 제 한 목숨이 여러분에게 용기를 심어 주었으면 합니다."

전 교사의 죽음을 접한 전교조는 24일 "전창수 선생님을 죽음으로 내몬 교육현실과 사회현실을 고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전창수 선생님은 위기에 선 우리의 교육현실과 전 교원의 심정을 대변한 것이요, 우리시대 교사로서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죽음으로 웅변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교조는 또 "일부 언론이 고인의 죽음을 두고 마치 개인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처럼 유도하고 있는 보도태도에 분노를 금할 길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