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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특집> 세계인권선언, 그 의미와 현재(17) 제 27 조

문화·과학, 함께 즐겨요!


[ 제 27 조 1. 모든 인간은 자유롭게 공동체의 문화 생활에 참여하고 예술을 감상하며 과학의 진전과 그 혜택을 나눠 가질 권리를 갖는다.
2. 모든 인간은 자신이 창조한 모든 과학적, 문학적, 예술적 산물에서 생기는 정신적·물질적 이득을 보호받을 권리를 갖는다. ]

문화적 권리는 문화생활에 대한 접근과 향유, 나아가 참여에 대한 권리를 의미한다. 선언 이후 채택된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 제15조는 해당국들이 문화적 권리의 완전한 실현을 위해 과학과 문화의 보전·발전·보급에 힘쓸 것을 명시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에선 안타깝게도 문화적 권리가 인권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갈수록 심화되는 문화의 획일화 현상은 문화적 권리에 대한 커다란 위협으로 등장하고 있다. 즉, 선진국의 거대 문화산업이 전세계 인구의 눈과 귀를 독점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과 관련, 시민·정치적 권리에 대한 조약과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대한 조약의 "모든 인민은 자결권에 기초해, 그들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발전을 자유로이 추구"한다는 규정은 문화적 권리를 향유하기 위한 전제가 된다. 최근 스크린 쿼터 축소 방침에 대한 국내 영화인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은 '자결권에 기초해' 문화제국주의에 저항하는 사례의 하나로 꼽아볼 수 있다.


과학기술의 민주적 통제부터

제27조 1항은 또 과학의 진전 및 그 혜택을 누릴 권리를 천명한다. 하지만 과학의 혜택을 누릴 권리를 논하기 전에 '과학은 그 자체로 진보적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과학의 발전에 따라 인류가 누리게 된 혜택도 많지만 그에 못지 않게 문제점도 많이 파생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파괴를 가져오는 방사능 폐기물 처리가 골칫거리인가 하면, 전자기술의 발전은 정보의 집중·집적에 의한 감시와 통제의 가능성을 확장시키고 있다. 전자주민카드를 둘러싼 논란은 이러한 가능성을 입증한 대표적 예다.

또 유전자 조작 식품이 등장하고 생명복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바로 며칠 전엔 국내 연구진이 배아복제에 성공을 거두면서 인간의 존엄성 파괴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문제의 근원은 이같은 과학기술의 개발이 소수의 통제하에 진행된다는 데 있다. 이에 따라 정작 과학기술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 일반인들과 첨단 과학기술 사이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또 기술개발의 혜택이 지불 능력이 있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돌아간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의 개발에 앞서 과학에 대한 민주적 통제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과학기술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일반시민의 의견수렴 통로 역할을 담당하는 '합의회의'다. 지난 87년 덴마크 의회 기술평가국이 처음 도입해, 현재 유럽 여러 나라에서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합의회의'는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1월 '유전자 조작 식품의 안전과 생명윤리'라는 주제로 처음 선보인 바 있다.

한편, 유네스코가 97년 '인간 게놈과 인권에 관한 선언'을 채택한 데 이어 유엔 인권위원회도 최근 인간 게놈(유전자+염색체)과 생명윤리에 관한 국제가이드 라인을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과학기술의 무한질주에 적절히 대처하면서 인간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국제협력의 첫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