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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특집> 세계인권선언, 그 의미와 현재 ⑮ 제 25 조

인간답게 살 권리!


[ 제25조 1. 모든 인간은, 의식주와 의료, 필수적인 사회보장제도를 포함하는,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 적합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와, 실업, 질병, 장애, 배우자와의 사별, 노령 또는 그 밖의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생계의 결핍의 경우에 보장제도를 누릴 권리를 갖는다.
2. 모자는 특별한 보살핌과 도움을 받을 권리를 갖는다. 모든 어린이는 적서에 관계없이 동등한 사회적 보호를 누린다. ]


세계인권선언 제25조는 모든 인간은 '적합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를 지니고 있음을 천명하는 동시에 이러한 것들을 구비할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사회적 서비스가 제공돼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적합한 생활수준'이란 무엇인가?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대한 조약(A규약)은 자기와 자기 가족이 쓸 상당한 식량, 의복 및 주택 그리고 의료와 교육을 의미한다고 답한다.

A규약 11조는 '굶주림에서 벗어날 권리'의 보장을 위해 가맹국들이 각자 또는 국제협력을 통해 식량의 생산·보존·분배의 방법을 개선하고 공정한 세계식량분배구조를 확립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과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12조는 건강권의 실현을 위해 가맹국들은 사산율과 유아사망율 감소를 위한 대책 마련, 전염병과 직업병 등의 예방 및 치료, 누구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여건 창출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국제사회의 이러한 약속은 우리 헌법 제34조 제1항의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는 규정에 반영돼 있다.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해 34조 제2항은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가난이 곧 개인의 탓으로 돌려지는 현실 앞에서 이러한 조항은 낯설기만 하다. 정부 예산 중 사회복지 예산은 선진국의 4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며 우리와 경제력이 비슷한 6개 중진국에 비춰볼 때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주거·의료 문제도 거의 개인적 책임에 맡겨져 있는 상황이다.

IMF 시대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점심을 굶는 아이들이 11만3천명에 달하고, 대량해고로 인한 실업자의 수는 점점 늘어가고 있다. 이들 앞에 매달 찾아오는 고지서는 또 다른 부담이다.

그나마 존재하는 '생활보호법'도 그 대상을 '18살 이하 아동과 65살 이상의 노인·장애인 등과 같이 근로능력이 없는 자'로 한정하고 있어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실업상태에 놓이게 된 사람들과 그 가족의 삶은 방치되고 있다. 그 와중에도 최상위계층의 수익은 늘어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와 관련, 정부와 재계는 구조조정과 고용유연화만이 경제를 회복시키고 실업문제를 자동해결할 수 있으며 삶의 질도 높일 수 있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앞서 영미식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시도한 남미의 경험은 시장에 대한 믿음이 결국 환상임을 웅변한다. 사회복지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축소할 때 그 결과는 빈부격차의 심화일 뿐이기 때문이다.

'인간다운 생활의 보장'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국가의 계획과 실행에 의해 가능하다는 것을 다른 나라의 경험은 충고하고 있다. 여기에 국제사회의 협력과 이를 돕기 위한 새로운 질서의 창출 또한 반드시 뒤따라야 하는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