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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우리이야기, 우리가 해요”

청소년 인권 다룬 고딩영화제


청소년 스스로 제작하고, 청소년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다룬 고딩영화제가 지난 14일부터 예술극장 활인기획에서 진행됐다. 컴퓨터 통신상의 은어인 고딩(고등학생)을 제목으로 내세운 이번 영화제는 그동안 제도권내에서 왜곡되어온 청소년 영화를 극복하고 성인영화의 홍수 속에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영상문화를 전달하기 위해 독립영화협의회 주관으로 기획되었다.

총 3부로 기획된 이번 영화제는 청소년들이 소형 비디오카메라를 이용해 직접 촬영한 학생영화 7편이 상영돼 눈길을 끌었으며, 이중 ‘너희가 중딩을 아느냐(영파여중 방송반)’와 ‘우울한 종례시간(청소년 영상반)’은 아마추어답지 않은 치밀한 구성과 확고한 문제의식으로 호평을 받았다.

영화 ‘너희가 중딩을 아느냐’는 학내 폭력써클인 ‘일진회’의 실제 인물들이 직접 촬영에 임해 화제를 모았으며 소위 학교에서 문제아로 낙인찍힌 그들의 눈에 비친 일그러진 현실과 그들만의 비틀린 삶의 방식을 보여주었다.

이와 함께 주목받은 ‘우울한 종례시간’은 89년에 제작된 영화로 교실에서 없어진 물건을 찾는 과정에서 교사가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비인간적인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기합을 주고 도둑이라고 의심되는 친구의 이름을 적어내라는 등 비인간적인 방법을 동원하지만 끝내 물건을 찾지 못한다.

영화는 이러한 교사의 모습을 통해 권위적이기만 하고 실속없는 우리의 교육현실과 교과서의 형식주의를 비꼼으로서 그들이 학교교육에 대해 가진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이외에도 대다수 출품작들이 입시의 스트레스와 기계적인 교육, 학내폭력 등 청소년들이 겪는 인권문제와 그들이 느끼는 불신과 불만을 엿보게 해준다.

이번 고딩영화제를 주최한 남희섭(독립영화협의회 대표) 씨는 “청소년들이 단순히 영화산업의 소비적 대중이 아닌, 영상문화의 능동적 참여자가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하며 앞으로는 제작지원을 해주는 등의 방식으로 청소년들의 영화제작 참여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독립영화협의회는 영화상영과 함께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주제 토론회를 열어 그동안 하이틴물로 통칭되어 오던 제도권 속의 청소년 영화에 대한 비판과 영상제작의 가능성에 대해 토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