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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충격! 양지마을

허울만 복지시설… 실상은 강제노역장

충남지역 부랑인 수용시설인 ‘양지마을’(사회복지법인 천성원 소속, 이사장 노재중, 수용인원 4백50여명)의 인권실태가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6일 인권운동사랑방, 천주교인권위원회(위원장 김형태), 이성재 국회의원(새정치국민회의), 김병후 연세정신클리닉 원장 등으로 구성된 진상조사단과 언론사 취재진 등 40여 명은 충남 연기군 전동면 소재 양지마을을 기습적으로 방문, 강제감금과 노역, 구타 및 강제투약 등의 불법인권유린 실태를 확인했다.

전날인 15일 밤 서울을 출발, 천안에서 1박한 조사단과 취재진은 16일 오전 7시 30분 양지마을로 진입한 뒤, 오후 5시까지 양지마을 및 정신요양시설인 송현원(3백20여명 수용) 내부를 조사하고 노재중 이사장과 수용된 원생들을 면담했다.

이날 조사는 오전 한때 정체를 알 수 없는 청년들에 의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들은 조사단을 강제로 양지마을에서 밀어내고 거친 욕설을 퍼부어댔으며, 그 과정에서 항의하던 오창익(천주교 인권위원회 사무국장) 씨가 청년들에게 떠밀려 다리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노재중 이사장도 취재진의 수를 제한하겠다며 조사를 계속 지연시키다 낮 12시 30분이 지나서야 일부 취재진과 이성재 의원 등의 조사를 허용했다.

조사단은 수용된 원생들로부터 증언을 수집한 외에, 양지마을측이 건물 옥상과 지하 등에 숨겨둔 자료 일부도 찾아냈다. 이날 조사를 통해, 조사단은 원생들에 대한 인권유린 외에 양지마을측이 국고지원금을 착복한 혐의도 포착했다.

또한 조사단은 양지마을과 송현원에 수용중인 원생 가운데 수용될 사유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 정대영(40·11년 수용) 씨 등 23명을 선정, 퇴원시켰다. 송현원에 수용된 원생들을 면담한 김병후 원장은 “다른 정신요양원에 비해 작업을 하고 있는 원생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며, 억압적 분위기가 다른 곳보다 심하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이어 “이러한 억압적 작업은 환자 치료에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노재중 이사장은 이날 오후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출입문을 잠가 두고 높은 담벼락을 설치하는 것이 불법인 사실은 알고 있다”면서도 “다른 부랑인 시설은 제쳐두고 우리만 문제삼는다면 억울해서 따를 수 없다”고 항변했다. 대전 한일병원 대표이사이기도 한 노재중 이사장은 현재 양지마을과 송현원을 비롯, 대전 원명학교 등 대전과 조치원 지역에 6개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조사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다음주 일주일 동안 ‘양지마을’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양지마을’의 인권유린 실상은 지난 1일 양지마을에서 탈출한 박(38) 아무개 씨에 의해 외부로 알려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