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논평] 성락원 참사에 대한 시설공대위 논평-정부의 관리감독 부재가 불러온 예고된 참사

<성락원 참사에 대한 시설공대위 논평>
정부의 관리감독 부재가 불러온 예고된 참사

13일 오후 2시경 충남 예산군 소재 미신고 사회복지시설 '성락원'에서 한 생활자가 둔기로 동료 수용자 5명을 살해하고 5명에게 중상을 입히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는 정부가 명백한 불법 수용시설을 '조건부신고'라는 행정지침으로 반합법 상태로 유지시키면서도 관리감독에는 소흘했다는 점에서 예고된 참사이다.

성락원은 보건복지부의 '미신고 복지시설 관리종합대책'에 따라 내년 7월까지 신고기준을 충족할 것을 조건으로 신고를 마친 미신고 조건부 노인복지시설이다. 당시 복지부 지침은 조건부시설도 신고시설에 준해서 관리감독을 하도록 했지만 성락원 관할 행정기관은 사건이 벌어진 다음에야 생활자 수를 파악했을 정도로 일상적 관리감독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10여 명이 관리동과 컨테이너, 막사로만 이루어진 열악한 환경에 살고 있는데도 행정기관은 신고 유예기간을 주었다는 이유로 생활자들의 최소 생활기준인 시설 환경 및 종사자 기준 등 신고 기준 충족 여부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성락원은 노인시설로 분류되어 있지만 가해자를 포함한 다수의 정신장애인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과 함께 수용되어 있었다. 정신장애인과 노인을 혼합수용하면 상대적으로 약자인 노인들이 폐쇄적 수용시설 안에서 당할 일은 뻔하다. 이번 사건 피해자의 상당수가 노인인 점이 이를 실증하고 있다. 게다가 성락원 측은 치료와 요양이 필요한 정신장애인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는커녕 정신질환자를 의료보호할 수 있는 시설 외의 장소에 수용하는 것을 금지한 정신보건법 제43조를 위반하면서 불법수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을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관할 행정기관에서 전혀 몰랐다는 점은 명백한 직무유기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복지부는 지난 6월 발표한 <미신고복지시설 종합관리대책 보완지침>에서 신고 접수 시 입소자 형태가 혼재되어 있더라도 이로 인해 발생할 문제점에 대한 검토 없이 입소하고 있는 다양한 생활자 형태를 인정하도록 하는 유예조치를 취하는데 급급했고, 종사자가 현저히 부족한 상황에 대해서도 유예조치로 일관했다.

미신고시설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 부재는 성락원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미신고시설 양성화 정책을 발표한 2002년 5월 이후 매년 시·군·구를 통해 실태조사를 벌였지만 이는 시설 주소와 연락처 등 통계조사에 필요한 내용에 대한 조사에 불과했다. 최근에서야 복지부는 지난 3월부터 두 달간 전국 미신고시설 1096개소에 대해 관할 시·군·구에 실태조사를 벌이도록 지시했지만 조사 결과 문제시설로 분류된 곳은 단 9곳에 불과할 정도로 허술했다.

외부 감시의 눈길이 미치지 못하는 미신고시설에서 벌어진 이번 사건은 언제든 비슷한 일이 또 다른 시설에서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복지부는 전체 미신고시설에 대한 전면적인 민관합동조사를 실시해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입·퇴소, 시설장의 영리를 목적으로 한 열악한 처우 등 생활자 인권침해 여부를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번 사건에서 가해자가 자신의 분노를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고 본다. 일부 언론보도는 가해자가 10여 년에 걸쳐 여러 수용 시설을 전전하면서도 제대로 된 치료와 요양을 받을 수 없었던 점과 성락원에서 강요된 힘든 노역을 그 원인으로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미신고시설에서 자행된 인권침해가 성락원에서도 벌어졌던 것은 아닌지 앞으로의 경찰조사에서 밝혀지기를 우리는 기대한다. 또한 우리는 가해자 개인의 형사처벌은 사태에 대한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음을 지적하며 미신고시설이 더 이상 인권의 사각지대가 되지 않도록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2004년 9월 15일

조건부신고복지시설 생활자 인권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준)
경기복지시민연대, 노들장애인야학, 대한정신보건가족협회, 섬김과나눔회장애인봉사대, 안산노동인권센터, 인권운동사랑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천여성의전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교육권연대,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학생연대회의, 좋은집, 천주교인권위원회, 태화샘솟는집, 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 한국산재노동자협회,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노동조합,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IL단체협의회, 행동하는의사회, CMHV(한국지역사회정신건강자원봉사단) (이상 23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