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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일본은 책임방기, 고국은 수수방관

전쟁피해 재일한국인, 헌법소원 청구


26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전후보상을 생각하는 변호사협의회」는 '전후책임-한일청구권협정의 재조명'이라는 주제로 한일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최근 재일한국인 5명이 전후 일본의 책임보상문제와 관련, 헌법소원을 제기함에 따라 일본의 전후책임과 이들의 헌법소원이 갖는 의미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석성기 씨(78세) 등은 일제에 의해 징집됐다가 신체의 일부를 절단당하는 피해를 입은 재일한국인들이다. 이에 석 씨등은 일본정부를 상대로 장애연금 지급을 요구했으나, 일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상을 못 받아왔다. 전후 일본은 외국인을 철저히 배제한 채 전후보상책을 시행해 왔는데, 52년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의 발효와 동시에 옛 식민지 출신자들이 일본국적을 상실하게 되자, 곧바로 내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전후보상책을 마련했다. 석 씨등은 일본이 식민지 지배에 대해 진실한 사과한 배상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귀화를 거부했고, 따라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보상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이날 심포지엄의 주제인 한일청구권협정(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이 65년 체결된 이후, 일본의 태도는 더욱 단호해졌다. 일본 정부는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모든 보상문제가 법적으로 종결되었다며 재일한국인들의 보상요구를 묵살해 왔던 것이다.

한편, 한국정부는 "협정과 관계없이 일본정부에 대한 재일한국인의 보상청구권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일본과 다른 해석을 내리면서도 보상문제에 있어서는 수수방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석 씨등이 "협정에 규정된 대로 중재위원회를 개최해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지금까지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러한 한국정부의 태도에 분개한 석 씨등은 "헌법에 따라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정부가 재산권과 평등권 등 권리를 침해받고 있는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마침내 헌법소원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일본의 다나카 히로시 교수는 "전후 일본정부는 자국민의 전쟁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52년의 '원호법'을 비롯한 각종 법률을 입안했지만, 외국인에 대해서는 국적과 호적상의 차별조항을 도입해 보상대상에서 철저하게 제외시켰다"며, '일국주의'에 기초한 일본의 보상체계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재일한국인 변호사 김경득 씨도 "이번 헌법소원이 일본정부의 부당한 책임회피 논리를 반박하고 한·일 양 정부의 도덕성 회복을 촉구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랜 세월 각종 차별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통받아 온 재일한국인들이 고국을 상대로 제기한 이 헌법소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