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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노비문서

한국타이어 취업규칙… 노동기본권 엄금


노동자들에 대한 청부테러와 성폭행, 부당해고와 징계 등으로 물의를 빚어 온 한국타이어(대표이사 홍건희, 한타)는 회사취업규칙(취규)을 통해서도 반인권적 통제와 억압을 실시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입수한 한타의 취규에 따르면, 회사는 노동자들의 집회 시위․결사의 권리는 물론, 표현․사상의 자유조차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원한다면 언제든지 노동자들을 해고할 수 있는 조항들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측, 언제든지 노동자 해고 가능

한타의 노동자들은 회사 내에서 일체의 집회나 연설․기금모집․각종인쇄물의 배포 행위를 할 수 없으며(취규 제11조), 회사의 허락 없이 사내외 불법단체를 구성하거나 그 세력에 가입, 동조하는 행위도 할 수 없도록(제84조)되어 있다. 또한 ‘사상이 불온하다고 인정된 자’(제84조)의 해고를 인정하는 조항은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회사측에 의한 자의적 악용의 소지를 안고 있다.

노조와의 합의사항인 단체협약(단협)의 경우에도, 제46조에 ‘정치 또는 인권침해사항에 관련해서는 사내 게시판을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 제30조는 ‘취업규칙상의 금지조항을 위반할 경우 언제든 징계 또는 해고가 가능하도록’ 규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취업규칙 등에 따라 지난 3월 이시태(29․가류과), 이종석(30․가류과) 씨 등은 퇴근 후 회사 앞에서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징계를 받기도 했다.

수십 개가 넘는 한타의 해고 사유 가운데 가장 많이 악용되는 것은 ‘근무성적 불량’(취규 제84조)을 이유로 한 징계 조항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구환(29․96년 5월 해고자) 씨는 “주임 재량으로 매겨지는 근무평가에서 여섯 차례의 최하 평점을 받게 되면 해고가 가능하다. 그러나, 아무리 일을 잘해도 최하평점을 받는 경우가 있으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5월 해고된 「한국타이어 노조민주화 공동투쟁위원회」(노민투) 회원 최영환(28․성형과) 씨의 해고 사유 역시 근무평가제에 따른 ‘근무불량’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구환 씨는 “근무평가제 외에도 회사 기강문란 또는 근무지 이탈을 이유로 한 징계가 남발되고 있다”며 “사내에 남아있는 노민투 회원들이 그 대상이 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김태연 법규부장은 “한국타이어와 같은 징계 사유가 많은 곳은 드물다”며 “이는 회사측의 전근대적 노사관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단협에도 그러한 조항이 들어간 것은 현 한국타이어 노조가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내 주는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이서광 씨 등 한국타이어 해고자들은 원직복직 등을 요구하며, 지난 16일부터 23일째 단식농성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