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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5월의 악몽에서 살아가는 피해자 3천2백여명

5.18 피해자 치료 및 재활복지센터 건립 위한 토론회


5.18 국가기념일 제정은 광주 문제를 해결하는데 과연 새 출발점인가. 오히려 5.18 사업은 유골이 갖추어져 있는 사망자 중심의 사업으로 일관되어 기념관 건립과 신 묘지 단장이라는 상징적 기념 사업에 편중되어 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당시 피해자와 그 가족들 입장에서 바라본 광주 문제의 해결은 어디서부터 실타래를 풀어가야 할 것인가.

오는 24일 광주 무등 컨벤션센터에서 5․18 광주민중항쟁부상자회(회장 박영순) 주최로 열리는 '5․18 피해자 치료 및 재활복지 센터 건립을 위한 학술 토론회'는 이 점에서 어느 정도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리에서는 5․18 피해자들의 장애현황과 대책마련(변주나 전북대 교수), 5․18피해자 치료 및 재활 방안에 관한 재활의학적 접근(박병권 조선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5․18 피해자 치료 및 재활복지센터 건립을 위한 대책위원회 현황(안성례 시의회 5․18 특위 위원장) 등이 발표될 예정이다.

변주나(인류학 박사) 교수는 '5․18 피해자들의 장애현황과 대책' 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5․18 국가기념일 제정은 5․18 피해자들을 위한 기본생존권 보장이라는 후속사업 등 실질적으로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5․18 장애인 치료 및 재활을 위한 후속 사업은 헌법(제10조 행복추구권)에 약속한 대로 이행되어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94년 광주시는 5.18 관련하여 인정된 피해자를 모두 3천4백16명으로 보고 있다.(사망자 154명, 인정된 행불자 47명, 부상자 2,710명, 연행․구금자․수형자 50명, 부상․후유증․사망자 83명). 이밖에도 보상과 관련 없이 미확인된 행불자 1백7명, 부상부위와 관련 없이 자살, 교통사고 등으로 죽은 사망자가 50-60명선에 이르러 이들을 합치면 피해자는 모두 3천5백83명에 달한다.

즉, 사망자의 17.7배에 해당되는 부상자, 3.3배의 교도소 생존자, 행불자 47명에 대한 관심과 후속 작업은 도외시되어 온 것이다.


직업재활대책 마련해야

변 교수는 5․18 관련 부상후 사망자는 94년말 83명에서 95년 8월 총 92명으로 재조정 보고된 점을 지적하면서 "이 숫자는 불과 8개월만에 9명의 부상자가 추가로 사망한 것으로 매월 1명의 부상자가 사망한 셈이다. 이점에서 2천7백여명의 부상자와 5백5명의 연행․구금․수형자들이 17년이 지난 지금도 5월 후유증으로 죽음에 직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현황을 △사회적(직업적) 장애 △신체적 장애 △정신적 장애 등 세 부분으로 분류했다. 우선 직업적 장애측면에서 보면 장애상태가 심할수록 그 원인은 총상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부상자 대부분이 장애로 인한 노동력 상실에 대부분 결손 가정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따라서 이들이 상실된 노동력을 회복하고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복귀할 수 있는 직업재활대책 마련과 함께 이들을 먼저 고용하는 '5.18 장애인 선 고용법'을 마련할 것을 정부측에 제안했다.


행정관리 아닌 치료대책을!

또한 90년 당시 보상진단서를 분석한 결과, 부상자의 1백%에서 신체 및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장애의 주된 증상은 총알이나 파편보유에 의한 통증과 가려움증, 그리고 통증완화를 위해 투여된 마약 등의 약물중독증이 대표적이었다. 변 교수는 "이들 대부분 완치가 불가능한 것으로 조사되었다"며, "94년 부상자 자가보고에 의한 추후진료 요청서에 의하면 4년이 지난 후 신경통 및 각종 통증에 의한 고통이 부전증이나 정신증보다 급속히 증가해 추후치료의 필요성이 19%에서 62%로 무려 3배 이상 증가했다"고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광주시는 현재 특수 부상자에게 지급하고 있는 마약성 진통제 제공을 즉각 중단하고 행정차원의 관리보다는 치료차원에서 통증치료를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제기했다. 나아가 우리나라의 경우 총기의료기술의 한계성으로 정치, 외교적 차원의 방법을 동원한 국외치료를 권장했다.


정신재활상담소 개설필요

정신적 장애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과 통증장애가 주된 장애원인이었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사회에 대한 영구적인 불신, 심신 자구책의 부재,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부적응, 정신적 장애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부상자들은 심지어 간첩이나 폭도로 매도되어 지난 17년간 5․18 당시의 외상 후 충격보다 더 아픈 사회적 고립감을 감수하며 살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변 교수는 가족들의 정신피해 역시 심각해서 자식의 외상 후 부모에게 스트레스 증후군과 화병에 의한 부모의 연쇄 사망도 상당수 있었다고 보고하면서 "이제라도 정부는 정신재활상담소를 개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