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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이젠 집회도 경찰 손아귀에

여의도 농민집회, 경찰 무력시위 속 축소

경찰력이 강해지고 있다. 아무렇지 않게 총기를 사용하는 것을 비롯해, 정부의 의도에 맞춰 경찰력은 거칠 것 없는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연히 국민의 기본권은 점차 위축되고 있다.
10일 오후 여의도에서는 의료보험 통합 실시와 식용쌀 수입 반대를 위한 전국농민대회가 열렸다. 여의도 광장 한편에서 농민들의 집회가 열리는 동안, 그 바로 뒷편에선 언제든지 들이닥칠 수 있다는 듯 전경과 백골단 1천여 명의 무력 시위도 동시에 진행됐다. 집회와 시위를 보호해야할 경찰이 집회를 방해하고 나선 것이다.


전경·백골단 1천여명 시위

이날 농민집회를 막기 위한 경찰의 시도는 집회 준비과정에서부터 집요하게 펼쳐졌다. 지난 3일 주최측은 예년과 달리 행진규모를 축소한 채 집회신고를 했는데도 경찰은 교통혼잡을 이유로 집회를 불허했다. 이에 주최측은 행진계획을 삭제한 채 집회신고를 냈고, 9일 낮 12시 집회 허가를 받아냈다.

그러나, 경찰은 9일 밤부터 갑자기 '모형 수입 배' 화형식을 진행하지 말 것을 요구하며, 화형식을 진행할 경우 집회를 해산시키겠다는 방침을 통보해 왔다. '방화가 일어날 경우, 질서가 문란해질 우려가 있어서'라는 것이 경찰측이 밝힌 이유였다.


방화 우려, 화형식 불허

주최측은 "화형식은 집회신고 때 공식 식순에 포함된 내용인데 이를 문제삼을 이유가 없다"고 반박하면서도 경찰의 요구대로 화형식을 삭제하기로 했다. 이날 화형식의 제물이 될 '모형 수입 배'는 폭 2미터에 높이 1미터 정도 크기의 조형물로써, 넓은 여의도 광장에 모인 농민들을 광분시키기엔 너무나 초라한 모습의 단순 상징일 뿐이었다. 김진원 전농 교육국장은 "수입배의 화형식은 쌀 수입에 대한 농민의 분노를 해소하기 위한 행사이다. 이를 막는 것이 오히려 농민들을 흥분시킨다는 것을 알면서도 질서문란이라는 억지논리를 들이대는 것은 한총련 사태를 빌미로 모든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지적했다.


"농민마저 탄압하는 구만"

경찰은 또한 농민들이 가지고 올라온 농기구와 나무막대기 등을 회수하지 않으면 진압에 나서겠다며 수 차례 협박했고, 농민들은 이러한 경찰의 요구까지 들어주었다. 참석한 농민들은 "한총련을 깨더니 이젠 농민마저 탄압하려 하는구만. 자꾸 이러면 가만 있지만은 않을 것인데"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집회는 분명한 합법 집회였고 아무런 위험요소도 없었지만 경찰은 자신들 구미에 맛게 집회를 요리했다. 국민들의 권리가 자꾸만 축소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농민집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