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공포의 1시간 30분

사복경찰 50여명 이유 없이 쫓아와


5일 오전 서울 지하철 구내에서 70여명의 대학생들은 영문도 모른채 형사들을 피해 필사의 탈출작전을 펼쳐야 했다. 이들은 수배자도 현행범도 아니었다. 그러나 수십명에 달하는 사복형사들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뒤쫓아오자 학생들은 당혹감과 두려움을 감추지 못했고, 결국 1시간 30여분에 걸친 탈출극을 벌여야 했다.

이들은 서울지역 통일선봉대 소속 대학생들로 이날 오전 법원 앞에서 열린 5.18 학살자 사법심판 촉구집회에 참석한 뒤 학교로 되돌아 가던 길이었다. 그러나 교대역 매표소 앞에 진을 치고 있던 수십명의 사복형사들은 아무런 설명 없이 플랫폼으로 내려가는 학생들을 뒤쫓았고, 학생들은 경계의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왜 쫓아오느냐’는 학생들의 항의를 무시한 채 형사들은 계속 그들의 주변을 맴돌며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학생들은 약 1시간 반에 걸쳐 수차례 전철을 바꿔 타는 소동 끝에 동국대로 무사히 피신했고 형사들의 추격도 일단락됐다.

이에 대해 한 형사는 학생들을 연행하려던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단지 학생들이 선전물을 배포하는가를 감시하기 위해 뒤쫓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휘자로 보이던 한 형사가 플랫폼에서 연행시기와 방법을 비롯한 ‘작전’을 설명하는 등, 이날 경찰은 상황을 보아 연행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 아무개(연세대 4년) 씨는 “만약 우리가 몇 사람씩 나뉘어 선전전에 들어갔다면 모두를 연행했을 것”이라며 “공안탄압 과정에서 드러나는 ‘무작정 연행하고 보자는 식’ 수사의 연장선상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통일선봉대원인 강 아무개(항공대 2년) 씨는 “경찰의 행위는 학생들에게 공포심을 주면서 이후 활동의 위축을 노린 것”이라며 “8월을 앞두고 통일선봉대 활동을 탄압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