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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현장스케치> 장애인사진전 ‘사람이 그리운 사람들’

"그곳에서 사람들이 함께 하는 곳으로 나와야 한다"


그리움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사진작가 이정률(30)씨의 카메라에 잡힌 이들은 그 누구보다도 그리움을 안고 살아간다. 추적추적 봄비가 내리는 3월중순 오후, 종로5가 연강홀 코닥포토살롱에서는 ‘사람이 그리운 사람들’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수색, 전남, 경남, 강원, 거제도, 제주도 등 전국 장애인 수용시설 10여 곳을 찾아다니며 이정률 씨가 담아온 그들의 모습에서 태어날 때부터 버려진 채 시설에 갇혀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소외된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 역시 웃음과 꿈을 갖고 살아가는 한 이웃임을 알려주고 있다. 외진 곳, 사방이 막힌 수용시설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사진 바로 옆에는 삼육재활원, 뇌성마비복지관등 복지시설을 이용하는 사는 재가장애인의 모습이 나란히 걸려 있었는데 바로 이점이 이정률씨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전국 인가시설 중에서 지역별로 장애인수용시설을 선정해 직접 찾아다녔다. 시설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어쨌든 전국 어느 시설도 똑같다는 것을 느꼈다. 수용시설의 장애인들은 통합된 사회로 나와야 한다. 오지로 보내지는 것 자체가 인권유린”이라고 말했다.

그가 만난 장애인들의 세상으로 향한 유일한 통로는 텔레비젼과 자원봉사자가 전부였다. 유배 생활과 다를바 없는 생활 속에서 이들은 무척이나 바깥 세계를 동경하고 있었고, 한 번의 외출은 그들에겐 정말 하나의 ‘사건’이다.

그는 1년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어려움도 많았다. 사진촬영을 거절하는 시설에는 몰래 들어가 찍기도 하는 등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힘든 점은 경비부족이었다. 자동차는 물론, 작업실도 없이 이곳저곳을 떠돌며 사진작업을 하고, 상업사진을 찍어 경비를 마련했다.

92년 개인전 ‘이땅의 장애인들’을 시작으로 5번째 전시회를 갖는 그는 장애인을 전문으로 찍는 사진작가로는 유일하다. 대학시절 장애인봉사동아리 ‘키비탄’에서 활동한 것이 계기가 된 그는 “내가 가진 능력 중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기에 이 일을 한다”고 말했다.

다음에 그가 준비하고 있는 것은 이제까지 장애인들을 만나며 보고 느낀 것을 책으로 엮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2-3년 안에 장애인의 한 영역으로 볼 수 있는 노인을 주제로 한 작품을 찍을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