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흑백 사진안에서 푸근하게 웃고 있는 그녀는 누가 보아도 '아줌마'같은 인상이었다.

"죽었는데 이제 다 무슨 소용이 있다냐"

지난 5일 새벽 5시 살기위해 불길에 휩싸인 철탑에서 뛰어내린 신연숙(38)씨가 참혹한 시체로 누워있는 영안실에는 1백여명의 지역주민과 학생들로 북적댔다. 어수선했던 영안실 분위기는 '내 새끼'를 애타게 부르는 신씨 친정어머니의 울부짖음으로 숙연해졌다.

사진속의 신씨를 꼭 빼닮 큰 딸 윤정(17)이는 아직도 엄마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한 듯 주저앉아 친척들에 둘러싸여 있다. 주위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는 것은 윤정이 아버지 권종택씨마저 철거반원의 집단폭행으로 척추에 이상이 생겨 부인의 시신이 안치된 동수원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버지를 면회하고 나온 윤정이의 고통은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을 것인가 답답하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