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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고교입시 성차별, 평등권에 위배

고입점수 높은 여학생 불합격 불평등한 정원 때문

남학생보다 우수한 성적을 받은 여학생이 일반 인문고 진학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어 15세의 어린 여학생들에게 가혹한 성차별이 가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즉, 고등학교 입시에서 남학생보다 점수가 높은 여학생이 불합격되는 것은 고등학교 남녀학생 정원수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결국 성차별이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오늘 정부 행정쇄신위원회(위원장 정절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장)가 이 문제를 검토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지난 5일 발표된 서울지역의 96년도 일반고 고입 선발고사 합격선은 남자 1백17점, 여자 138점으로 남녀의 합격선 차이는 무려 21점이었다. 또, 부산은 남자 124점·여자 148점(24점 차), 광주는 남자 114점·여자 140점(26점 차) 등으로 나타났다.

95학년도 남녀 학생의 합격선 차이는 서울 18, 부산 26, 인천 19점, 대구 10점이었다. 이같은 성별간 합격선 격차는 올 중학졸업 남녀의 비율이 51.5대 48.5인데 비해 일반고 남녀간 정원은 55.2대 44.8로 벌이지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의 경우 올 일반고 입학정원이 남자 6만4천5명, 여자 4만8천6백3명으로 남자가 1만5천4백2명 더 많다. 이 때문에 남학생의 64.2%가 일반고에 진학하지만 여학생은 53.5%만 진학이 가능하다. 따라서, 서울지역 중학 졸업 여학생의 약 7천5백명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단체협의회](회장 이연숙, 여협)는 지난 10일, "모든 국민은 본인의 의사와 능력에 따라 교육받을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학생 보다 20점이나 높은 점수를 받은 여학생이 불합격 처리되어 교육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은 분명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을 위배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여협은 "남녀공학 고교의 여학생수를 늘리는 것이 합리적이며, 이런 제도가 철폐되어 부당한 피해를 입은 여학생을 구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용교(35, 한국청소년개발원 복지환경실장)씨도 "교육기회의 불평등 문제는 예측가능한 사안이란 점에서 교육정책 당국자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며 "15세 어린 여학생에게 지울 수 없는 성차별의 첫 상처를 주는 불평등은 하루 속히 시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일반계 여고를 증설할 것 △남자고등학교를 남녀공학으로 전환할 것 등을 제시했다. 남자고의 남녀공학 전환은 공립학교가 먼저 시행하고 사립학교가 뒤따르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조용환 변호사는 "이는 분명 헌법 제11조에 규정된 평등권을 침해한 일로 고등학교 입학 때부터 성차별을 구조화시키는 정책으로 당장 폐지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들이 지적되자 김정숙 정무제2장관은 안병영 교육부장관에게 이 문제의 시정을 요구했고, 이에 따라 안병영 교육부장관은 16일 전국 15개 시,도 교육감 회의에서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인문고 진학이 불리하지 않도록 각 시,도 교육청 차원에서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행정쇄신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런 불합리한 사실이 있는 줄도 몰랐다"며 교육부에 안을 제출할 것을 요청해 오늘 열릴 행정쇄신위원회의 결과가 주목받게 되었다.

헌법 제11조(국민의 평등) 제1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