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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특별강의> 동양사상과 인권②

“자유의 최고치는 평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빈곤, 질병, 무지, 나태, 불결 등 5가지 사회문제를 제거해야 시민사회에서 자본의 억압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사람들의 인권과 복지가 보장되는 것이다. 이는 자본주의에서 자유의 내용인 동시에 자유의 방법론이다. 이 5가지가 모두 해결되는 것이 가능한가? 오히려 자본주의는 이를 계속 확대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시민계급의 자유는 자본의 운동과 함께 상품의 형태로 나타난다. 2초마다 군비로 3천4백만원이 든다. 그러나 2초마다 영양실조로 1명의 어린이들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 자본주의의 현실이다.

인간화의 실천이 인권문제의 가장 최고의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를 동양적인 시각에서 어떻게 보고 있는지 몇 가지 특징을 인권문제와 연관하여 생각할까 한다.

첫째 천도사상이다.

천도(天道)는 무엇인가? 장자는 천(天)이라는 것을 우마사족(牛馬四足)이라고 했다. 소나 말의 다리가 네 개라는 것이 천이라는 것이다. 천의 반대 개념으로 인(人)의 개념을 썼다. 인이란 말의 입에다 재갈을 물리는 것, 송아지의 코를 뚫는 것이라고 했다.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말고, 오리 다리가 짧다고 늘리지 말라고 했다. 인도 즉 인본주의의 기본은 자연질서를 근거로 쌓아가야 한다. 동양학에서는 자연상태, 자연질서와 조화할 수 있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또하나 기본적인 사상은 이 세상을 하나의 생기(生耭)의 장으로 본다는 것이다.

살아있는 순환체계로 본다는 것이다. 순환체계를 파괴하는 행위는 천도를 그르치는 행위이고, 생기의 장이 파괴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동양학에서 말하는 자연사상이다. 이 질서를 파괴하지 않고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 동양의 대표적인 자연주의 사상이다.

다음 사상은 인간주의다.

동양학의 상징인 유학사상은 한마디로 인(仁)이다. 인이라는 것은 사람이 둘이라는 것으로 인간 관계에 대한 철학이다. 동양사상의 정수는 화해사상이다. 화(和)는 벼화자에 입구를 써서 벼를 같이 먹는 뜻이다. 이는 밥을 나누어 먹는 것으로 평화의 기초가 된다. 해(諧)는 말씀 언에 모두 개자를 써서 모두 자기 의견을 한마디씩 하는 것으로 민주주의를 말한다. 이러한 인간관계론이 동양학의 기본이다.

논어에 회사후소(會事後素)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 말은 그림 그리는 일은 희게 밑칠을 하고 나서 한다는 뜻이다. 인간관계는 인간의 예를 갖춘 뒤에 한다는 말이다. 모든 문화도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예가 갖추어 지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인간주의에 대한 선언들은 동양학 곳곳에서 나타난다. 인간주의에 대한 자연주의의 대표사상이 도가사상이고, 인간주의의 대표사상이 유가사상이다. 이 두 가지가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용이다. 그러나 인간주의가 극단으로 달리면 자본주의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다시 인권의 문제로 돌아가 보자. 언제 이러한 인권이 보장되는가. 바로 사람들에 대한 인권의 억압구조가 철폐될 때 인권이 보장된다. 억압을 철폐하면 자유로워지는데, 그 자유를 어디까지, 얼마만큼 누리면 만족할 수 있을까? 또 자유를 어디까지 추구해야 하는가? 대량생산, 대량소비, 무한한 지적 욕망의 추구 등은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다.

자유의 최고치는 평등이다. 자유의 양적 측면이 아니라 자유의 질적 측면을 말하는 것으로 자유가 어떤 질을 갖느냐는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유의 최고의 질적 측면은 평등이라고 생각한다.

평등한 것이란 무엇인가? 약하고 강한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는 이 사회에서 평등의 문제는 함께 살아가는 모습 그 자체이다. 함께 라는 것은 자유의 내용이면서 최고치인 평등의 개념과 모순되지 않는 방법론이다. 목표와 수단에 있어서 통일성이 보장되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를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만들어야 할 것인가? 이것이 아마 21세기 문명 속에서 가장 고민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21세기는 인권의 문제이면서 자유의 계승발전이면서 평등의 실현이 되면서, 자본의 자유와 자본문화를 변혁하는 이런 것들을 인권문제라는 시각으로 조망할 필요가 있다.
신영복(성공회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