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장기수 캠페인 <분단의 고통을 나누자 ②>

초장기수, 20년 넘게 고문·전향공작으로 짓밟혀

1. 기획을 시작하며
2. 초장기수들
3. 재일교포 관련 사건
4. 일본 관련 사건
5. 납북어부 사건
6. 행방불명되었던 가족
7. 민주․통일 운동 관련
8. 기획을 마치며

인간은 극한 조건에서 어디까지 견뎌낼수 있는가? 장기수들 중에서 이들 초장기수(超長期囚)를 거론할 때마다 절로 드는 물음이다.

초장기수는 20년 이상을 복역한 이들이다. 잘 알다시피 세계 최장기수인 김선명 씨는 45년째 수감 생활중이다.

이들 초장기수들은 단지 오랜 세월을 감옥에서 살았다는 것만으로 설명이 부족하다. 표4에서 보듯이 연행에서 정식 법적 구속일까지 몇개월씩을 밀실에 갇혀 고문을 당한 사람조차 있었다(장기수들에 가해진 고문은 다음호에 다룬다). 고문은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무자비한 것이었다. 비밀경찰인 중앙정보부(현 안기부), 보안사(현 기무사), 경찰의 대공분실은 경쟁적으로 이들에게 고문을 가했다. ‘빨갱이’로 낙인찍힌 이들은 무기형을 선고받은 강도 살인범의 경우에도 누진처우제도의 혜택을 받아 15년에서 20년 사이에 석방되지만, 그런 혜택에서는 완전히 제외되어 있다. 이들은 수형자분류규칙(법무부령 111호)에 의해 확신범으로 분류되고 있고, 전향을 하지 않는 한 살아서 감옥을 걸어나올 확률이 매우 드물다. 0.7평의 독방에 갇혀 살아낸 20년 넘는 생활로 인해 이들은 온갖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최장기수인 김선명 씨는 전쟁중인 51년 23살의 총각으로 휴전선을 넘었다. 그는 휴전선을 넘자마자 체포되었다. 그는 이제는 수감생활의 후유증으로 백내장을 앓고 있어 책도 들여다 보지 못하는 형편이다. 또, 김익진 씨는 온몸이 퉁퉁 부어오르고 총상 때문에 잘 걷지도 못한다. 김인수 씨와 한 장호 씨는 중풍으로 고생하고 있으며, 안학섭 씨와 신인영 씨는 위장병을 심하게 앓고 있다. 대부분의 초장기수들은 60이 넘은 고령이고 모진 고문과 독방생활의 후유증으로 모두 한가지 이상의 병을 앓고 있다고 출소자들은 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치료는 매우 형편없다

심지어 비전향 초장기수들이 아프면 교도소 측은 쾌재를 불렀다고 한다. 또 한 명 전향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교도소측은 치료를 조건으로 전향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거부하다 죽어간 경우도 있었다.

또한, 이들 초장기수들은 87년 6월항쟁 이전까지는 면회도 편지도 한번 받아보지 못했다. 수십년을 외부인과 완전히 격리되어 외롭게 자신을 지키는 투쟁으로 일관된 삶을 살았다. 이들 초장기수들은 지독한 5,60년대의 감옥도 고스란이 버텨냈다. 고문과 배고픔으로 한때 육군교도소에서 1년에 2백명이 죽어나간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 이후 박정희 정권 시절 73년부터 본격화된 전향공작을 받다 숨진 이들이 최소 15명 이상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향제도의 비인권성은 지난 6월 방한한 유엔 특별보고관도 지적했다.

이들이 받은 형량도 문제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대부분 무기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초장기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남파공작원’은 거의가 군사분계선을 넘자마자 체포되었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전복을 위해 사실상 무엇 하나 해보지도 못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재판과정에서 검사로부터 ‘죽어 마땅한’ 자들로 규정되었고, 재판부의 판결에서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추방 시켜야 한다’는 이유로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에 대한 형량은 중앙정보부(안기부)가 결정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조국통일의 열정과 신념으로 표현한다. 21세기를 눈앞에 보고 있는 오늘까지 전향제도가 엄존하는 현실에서 언제나 오래 전부터 인류사회가 인정하는 양심과 사상의 자유는 침해할 수 없다는 보편적인 인식이 이들 초장기수들에게도 적용될 것인지 암담하기 그지없다.


표 3) 수감중인 교도소별 분포

광주: 8명
대구: 15명
대전: 28명
안동: 10명
전주: 11명
진주: 1명
합계: 73명


표 4) 초장기수 명단

이름 나이 수번 형량 연행일 구속일 복역연수 사감사유

광주교도소

김동기 64세 5042 무기 66.5.18 30년 남파
양희철 62세 5029 무기 63.4.24 65.3.16 33년 남파
이경찬 61세 5047 무기 65.8.12 67.3.7 31년 남파
이공순 62세 5041 무기 67.12.10 68.4.5 28년 남파
이재룡 52세 5059 무기 70.6.19 72.6.27 26년 납북어부

대구교도소

오형식 66세 3100 무기 69.6.12 71.3.9 27년 남파
홍명기 67세 3125 무기 62.4.5 34년 남파

대전교도소

김선명 71세 3596 무기 51.10.15 53.7.25 45년 전쟁포로
안학섭 66세 3536 무기 53.4.26 53.7.25 43년 전쟁포로
김은환 66세 3640 무기 69.9.8 71.12.21 27년 남파
김익진 66세 3574 무기 69.6.10 70.5.26 27년 남파
김인수 73세 3618 무기 62.8.12 64.3.31 34년 남파
박왕규 66세 3624 무기 67.9.9 69.1.28 29년 남파
신인영 66세 3556 무기 67.3.9 68.3.19 29년 남파
안영기 66세 3530 무기 62.8.12 64.3.31 34년 남파
양정호 65세 3630 무기 69.6.16 70.12.12 27년 남파
우용각 67세 3514 무기 67.9 68.11.26 29년 남파
윤수갑 73세 3649 무기 59.7.3 60.1.29 37년 남파
윤용기 70세 3615 무기 59.7.3 60.1.29 37년 남파
장병락 62세 3645 무기 62.4.5 63.11.7 34년 남파
최선묵 68세 3612 무기 62.8.6 34년 남파
최하종 69세 3561 무기 62.3.5 34년 남파
한장호 73세 3542 무기 57.11.20 39년 남파
홍경선 71세 3501 무기 67.9.17 29년 남파

안동교도소

유정식 56세 1311 무기 75.4.1 21년 일본유학

전주교도소

최수일 56세 2041 무기 65.3.4 31년 남파
김청원 63세 2063 무기 69.6.12 27년 남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