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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특별기고>'준법'이 왜 '불법'인가(2)

업무가 저해된다고 볼 수도 있는 집단휴가도 근로기준법상의 휴가취득에 불과하다. 곧 사용자가 적법하게 행사한 휴가의 시기변경권을 무시하고 결근한 경우에만 쟁의행위가 될 수 있고, 쟁의행위로 인정된다고 해도 바로 불법이라고 할 수 없고 도리어 보호되어야 할 대상이다. 특히 노동쟁의조정법상의 단순한 절차를 위반한 것만으로는 불법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 법원칙을 철저히 무시하는 행정부는 물론이고 사법부도 이제는 반성해야 한다.

정부의 소위 준법투쟁에 대한 엄중처벌이란 쟁의행위 금지 및 제한되고 있는 현행법 하에서 근로자들이 불가피한 수단으로 취한 방어행위에 불과한 것까지 불법으로 엄단하고자 하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고, 결국 쟁의행위는 물론 근로자들의 숨소리까지도 막고자 하는 억압적인 처사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런 정부를 우리는 민주정부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정부는 단체교섭시에 '징계위원회의 노사동수 구성'이나, '기업의 양도, 합병, 분할시 노조와 사전합의'등을 요구하며 쟁의행위에 들어가는 경우에도 법적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항은 명백하게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당연히 헌법 제33조가 규정하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단체행동권 행사의 범주에 드는 것이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는 논의 자체가 없을 정도로 이미 일반화된 원리이고 국제적으로도 확립된 원칙이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얼토당토 않은 노동탄압이 벌어지고 있을 때,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우리나라 노동법이 단결권과 함께 단체행동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으므로 노조 결성의 자유와 쟁의행위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러한 상태에서 정부는 어떤 의미에서 세계화를 주장하는 것인가?

작금의 현대자동차나 한국통신 사태는 정부와 극단적인 노동탄압에 의해 불거졌다. 어떤 집단행동도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과거사를 빌미 삼은 회사측의 고소 고발에 따라 노조 간부들을 즉각 구속한 것부터 강압적이었다. 수사도 없이 사용자의 말만 믿고 덜컥 구속한 것은 '불법'이라고 비난받을 수도 있다. 노조가 쟁의행위로 돌입하여도 정부는 법에 따라 직권중재나 긴급조정으로 대응했어야 옳았다. 그것이 '준법'의 태도이다. 정부야말로 '불법''위법'이 아닌 '준법'을 해야 한다.

게다가 대통령이 경솔하게 '국가전복음모'라고 신경질적으로 몰아 붙였다. 도대체 대통령은 헌법상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어떤 이유에서 부정하는 것인가? 기본권의 행사를 국가전복음모라고 몰아 붙이는 그가 과연 문민정부의 대통령인가? 노조의 준법투쟁은 이러한 방침에 항의한 병아리울음에 불과했으나, 정부는 즉각 불법엄단을 선언했고, 전면적인 압수수색과 예금계좌에 대한 집중 추적으로 치달았다.

순경제통 출신으로 새로 노동부장관이 된 이는 한통 노조의 현 집행부가 수배를 받고 있으므로 대화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이는 정보통신부가 영장집행을 유예하고 그 사이에 대화하겠다고 하는 것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도대체 노동부가 무엇을 위해 있는 것인지 의문이 간다. 노동부는 군사독재시절의 그것과 같이 여전히 노동탄압부인가?

우리는 잘못된 우리의 노동악법과 왜곡된 노동행정에 대한 유엔을 비롯한 내외의 비판을 정부는 겸허하게 듣고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진정한 세계화가 가능하다. 악법에다가 강경 대응은 노사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뿐임을 우리는 수없이 경험했다. 최근의 사태는 다시 그런 악순환인 점에서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한다. 적어도 정부야말로 최소한, 비록 악법이라고 '준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 홍 규(영남대 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