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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의혹 깊어지는 자수간첩 한병훈의 ‘정체’

안기부 프락치일 가능성도 제기돼


지난 23일 서강대총장 박홍 씨와 기자회견을 가져 자신이 박총장 암살지령을 받았다고 밝힌 자수간첩 한병훈(32)씨 ‘정체’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발행된 대표적인 시사주간지 <한겨레21>과 <시사저널>에 의하면 한씨의 증언이 앞뒤가 안맞을 뿐더러 그가 밝힌 행적 자체가 의혹이 가는 부분이 많음을 지적하고 있다. 즉, 한씨가 밝힌 고신대 학생시절의 활동과 유학을 가게 된 동기, 독일에서의 유학생활, 북한에 들어가 간첩교육을 받았다는 내용, 자수하게 된 동기 등이 석연찮음을 한씨의 안기부에서의 조사기록, 법정증언, 기자회견 내용, 박홍 씨의 발언내용과 비교하며 문제를 제기, 심지어는 한씨가 안기부의 프락치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았다고 싣고 있다.

<인권하루소식>이 확인한 것으로도 한씨가 자수간첩 이라는 데는 많은 의혹이 따른다.

우선, 부산 고신대 시절, 복학한 83년도 이후 학생운동을 주도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고신대 동기나 선배들 모두 부인하고 있다. 고신대 기독교교육학과 동기인 황아무개(33)씨는 “당시 고신대는 부산 미문화원방화사건으로 인해 거의 운동세력이 초토화된 상태였고, 그 후 공개적인 학생운동은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동기인 심아무개(34)씨도 “그가 학생운동을 했다는 건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며 유학을 가게 된 동기에 대해서도 의심스럽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독일의 교포 이아무개(40)씨의 말은 더 한층 한씨의 증언에 대한 신빙성을 의심하게 한다. 이씨는 “한씨가 처음 와서 자신이 안기부의 프락치 활동을 했다고 밝히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것 같아 교포들이 많이 도와줬는데 이제는 북한의 간첩이라니 인간적인 배신감마저 든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씨는 94년도에 독일 올 당시에도 부산 안기부 고위층의 도움으로 다시 독일에 나올 수 있었다고 말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한씨의 자수로 인해 국가보안법위반으로 1심 계류중 7년의 구형을 받은 이상우씨의 누나 이상희(57)씨는 87년 독일에 갔을 때 한씨를 만난 적이 있다며 “한씨가 3월8일 재판 증인으로 나왔을 때 다시 만났는데, 그때 한씨가 ‘김용무 씨가 나를 배신했다, 나도 피해자중의 한명’이라는 등의 말을 했다”고 전해 한씨의 자수동기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는 한씨의 부인 박소형 씨가 안기부에서 진술한 ‘남편(한병훈)의 변절 등 보안대책 강구’라는 대목과 비교하여 볼 때 자수동기나 경위에 의심을 품게 한다.

한씨는 기자회견에서 작년 7월 코펜하겐에서 북한의 공작원으로부터 박홍총장 암살 지령을 받았다고 하였으나, 그는 안기부 조사와 법정증언에서는 94년 2월 이후 북한이나 김용무 씨와 전혀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말해 스스로 모순을 낳고 있다. 그리고 그의 진 술등에 의하면 첫번째 방북 했다는 88년 이후 6년동안 한씨가 올린 간첩활동의 실적도 없다.

한씨 부부의 증언이 거의 유일한 검찰측 증거이다시피 한 이상우씨와 안윤정 씨는 1심 구형에서 각각 7년과 10년형의 중형을 구형 받았다. 이상우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4월3일 오전 11시 서울지방법원 425호이다. <인권하루소식>은 다음호에 이상우씨 사건에 대한 의문점을 정리하여 게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