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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제네바 소식> ⑥ 제51차 유엔인권위원회 모니터 4 동티모르 관련 의장 성명서 채택

51차 유엔인권위 5주간 회의 주요 쟁점들 

‘세계인권 심판관’ 미국, 20여개국 인권상황 비판
중국, 쿠바 반박권 행사

지난 3월2일, 일정이 밀려 새벽 1시까지 진행된 의제안건 12에 대한 야간회의에서 미국정부는 중국과 쿠바를 비롯한 주요 국가의 인권문제를 무차별적으로 언급, 비판하여 많은 정부 대표들은 자국의 인권상황이 미국에 의해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 파악하느라 한때 긴장감이 감돌기도 하였다. 미 국무부의 ꡔ연례 세계인권보고서ꡕ의 요약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발언 서두에서 페라로(Feraro) 대사는 북한을 이라크, 이란, 수단, 미얀마, 자이레와 함께 국제인권기준에 매우 미달되며 국제인권조약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는 국가에 포함하였다. 미국은 이밖에도 중국, 쿠바, 인도네시아, 체첸, 르완다, 카시미르, 키프러스 등 약 20개국의 인권문제를 비판적으로 언급하였다.

이날 언급된 나라 가운데 중국과 쿠바는 반박권을 행사하여 “미국은 마치 세계인권의 재판관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으며 아직도 패권주의적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다”며 강도 높게 미국의 태도를 비판하여 주목하였다.
한편 매 의제항목마다 미국의 각종 인권문제를 집중적으로 비판해온 세계교회협의회(WCC)는 의제항목 12에서도 미국내의 각종 인권침해가 인종차별과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 통계를 제시하며 비판하여 민간단체 가운데 미국인권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반미단체’로 부각되었다.


라소 인권고등판무관 올해중 동티모르 방문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의장 성명서 채택

지난 2월28일 “호세 아얄라 라소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이 인도네시아 정부의 초청으로 올해 안으로 동티모르를 방문한다”는 내용의 유엔 인권위원회 의장 성명서가 발표되었다. 의장 성명에서는 이 이외에도 지난 1월 동티모르인 6명의 살해사건 등 악화되는 인권상황에 대한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관련되는 주제별 특별보고관과 실무분과의 동티모르 방문을 언급하고 있다.

한편 동티모르 대표단은 의장 성명서 직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올해도) 결의안 대신 의장 성명서를 주도한 서방국가들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92, 94년 그리고 올해의 의장 성명서에 포함된 내용을 실천하게 하는 도덕적 책임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하여 의장 성명서의 내용이 실질적으로 실천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조세 라모스 호르타 동티모르 저항평의회 특별대표는 “라소 고등판무관은 유엔 사무차장급으로 동티모르를 방문하는 유엔의 최고위층 관리이므로 정치적으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올해 초 인도네시아 군대의 사주를 받은 민간폭력단에 의해 여러명의 동티모르인이 살해되는 등 동티모르의 인권상황이 더욱 악화되어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내외의 압력과 비판을 받았다. 심지어 그동안 인도네시아를 ‘비호’해온 동남아 국가들조차도 아세안(ASEAN)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고려하여 인도네시아 정부에게 적극적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의장 성명서는 결의안에 비해 그 정치적 의미가 낮지만 관련 당사국의 동의를 전제하고 있어 마찬가지의 도덕적, 정치적 의무를 부과하게 된다.


아태지역 인권워크샵 정례화 결의안 채택
3년만에 한국정부주도 첫 성과

지난 3일 한국정부가 주도하여 작성, 51차 인권위에 제출한 ‘아태지역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한 지역인권기구’(Regional Arrangements)에 대한 결의안(E/CN4/1995/L65)이 투표를 거치지 않고 합의에 의해 채택되었다. 이번 결의안은 한국정부가 지난 93년부터 유엔인권위에 회원국으로 참석하기 시작한지 3년만에 처음으로 제출하여 통과시킨 결의안으로 한국정부 ‘인권외교’의 구체적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결의안 내용 가운데 민간단체의 참여와 워크샵의 연례화 문제를 둘러싸고 협상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는데, 결의안의 내용을 초안하고 후원국가를 교섭하는 실질적 일을 수행한 이준희 참사관은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 일부국가가 민간단체(NGO)의 참여와 기여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여 협상과정에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번 결의안은 국가보안법과 장기수 문제 등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국내외 인권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다른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권상황이 나은 한국 문민정부의 ‘인권외교’가 거둔 구체적 성과하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결의안 최종안에는 “아태지역 인권기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인권분야에서 일하는 민간단체가 중요한 역할을 지니고 있음을 인정한다”는 구절이 포함되어 있어 앞으로 해마다 열릴 예정인 아태지역 워크샵에 아태지역 인권단체가 더욱 활발하게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의 여러 국가가 유엔의 권유를 받아들여 이른바 독립적인 국민인권기구(National Institution)를 설립하는 추세임을 고려할 때 인권워크샵의 정례화를 계기로 한국정부도 독립적인 권한과 지위를 갖춘 국민인권기구를 설립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제네바-이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