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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외국인 노동자들의 호소문(발췌)

「외국인노동자 피난처」 김재오 전도사가 경실련 농성에 참가한 13명의 외국인노동자들을 인터


우리들 대부분은 한국에 와서 매일 12시간 이상씩 공장에서 일을 하였습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우리들 중 어떤 사람들은 낮에도 밖에서 열쇠가 채워진 공장 안에서 일을 했고, 일이 끝난 후에도 갇힌 채 살기도 하였습니다. 일을 할 때는 공장 사장이나 관리자들로부터 "빨리 빨리" 또는 "이 쉬키야"라는 말을 듣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과였습니다.

그러나 월급을 받을 수만 있다면 이런 것 들쯤은 쉽게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동료노동자들은 잦은 구타와 폭행을 당하면서 일을 하고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몇 달씩 월급을 주지 않는 사장들에게 월급을 달라는 이유 때문에 또다시 맞고는 공장에서 도망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사장들은 월급을 주지 않고, 회사를 몰래 팔아버리고, 자취를 감춰버리기가 일쑤입니다. 또 사장들은 출입국관리소의 정책이라며 여권과 항공권을 빼앗고는 집에 가겠다고 해도 주지 않아서 갈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오늘 여기에 온 우리 모두가 겪었던 공통적인 어려움일 뿐입니다.

오늘 이곳에 항의 농성을 하러온 우리들 중 대부분은 손가락이 몇 개씩 잘리고, 팔이 심하게 부서졌지만 보상은커녕 치료비조차 받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어느 사장은 사고 당시 지불한 병원비가 아까워서 불구가 된 한 팔로 일을 시키기도 하였고, 입원비가 들까봐 손가락 4개가 잘렸는데도 당일 밤만 전문병원에 입원시켜 응급처치를 하고 다음날부터는 조그만 개인병원에서 치료를 하게 하여 지금은 손가락 절단 부위의 뼈가 드러난 경우도 있습니다. 게다가 보상금뿐만 아니라 일한 월급조차 지불하지 않고, 집으로 송금해달라고 맡긴 개인돈이나 항공권료까지 떼어먹었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당한 우리들 중 헴 나라얀 쉐테스타(네팔인)씨는 사장이 보상해주지 않자 상담소를 찾았다는 이유 때문에 회사에서 구타를 당하다가 도망을 쳐야 했습니다. 그리고 회사는 헴씨의 개인짐을 모두 불에 태워 버렸습니다.

우리들은 이런 처지를 해결하기 위해서, 외국인노동자를 위해 상담하고 피난처를 제공하는 단체들과 함께 기업주를 만나고, 경찰이나 노동부에 요청도 하였으나 불법취업자라는 이유 때문에 모든 보호를 거절당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이런 상황에 처해 있지만 출국할 때는 적게는 50만원에서 200여 만원에 이르는 벌금까지 내야할 처지에 있습니다. 때문에 치료도 제대로 끝나지 않은 불구가 된 몸을 이끌고 고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낯선 이 한국 땅에서 계속해서 살아갈 수도 없어서 부득이 처우개선을 위한 행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불법노동자라고 하지만. 우리도 여러분과 같이 피와 느낌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지난날 한국이 가난했을 때 많은 한국인이 이국 땅에 나가서 고난을 받았던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때의 심정을 생각하면서 가난한 나라에서 온 우리들의 처지를 헤아려 주시고, 사람으로, 이웃으로 맞아주셨으면 합니다.

Ali Amjad 등 방글라데시 3명
Manjo Thapa 등 네팔인 9명 등 13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