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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마을을 품어온 숲, 나무를 지키는 사람들

 

5월 9일 양수발전소 건설을 막기 위해 싸우고 있는 홍천 풍천리에 다녀왔다. 풍천리 투쟁은 몇 년 전 기후정의행진 집회에 함께 한 주민들이 입고 있던 ‘양수발전소 백지화’가 새겨진 조끼를 보고 처음 알게 됐다. 물의 낙차를 통해 전력을 생산하는 양수발전소는 기후위기 시대 대안적일 수 있는 에너지 시설처럼 포장된다. 하지만 무엇을 소멸시키면서 양수발전소를 들이려는 것인지는 풍천리 주민들의 이야기로 알게 됐다.

그곳에서 생의 대부분을 살아온 주민들에게 오늘을 살고 내일을 기약해온 시간은 잣나무 숲과 함께였다. 2019년 가리산의 11만 1999그루의 잣나무를 베어내 그 자리에 양수발전소를 짓겠다는 계획이 내리꽂혔다. 주민들의 의사를 따르겠다고 했던 군수의 약속은 쉽게 뒤집혔다. 양수발전소가 지어지면 50여 가구가 살던 터전이 수몰된다. 잣나무와 더불어 살아온 주민들이 삶을, 마을을, 숲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시간이 어느덧 8년이 되었다. 매주 홍천군청 앞에서 집회를 이어왔고, 농성장을 설치했다가 철거되기도 했고, 군수실을 점거하다가 연행되기도 했다. 언젠가를 막연하게 기약하고 있었는데 착공이 발표된 올해 3월, 아직 초봄의 추위가 이어지던 풍천리에서 ‘우리가 나무다’ 행동을 매주 토요일마다 이어갈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발전소를 짓기 위해 베어내려는 11만 1999그루의 나무를 우리가 지키자, 11만 1999명의 우리가 나무가 되자는 것이었다.

 

나무들의 행동

기후정의동맹에서 준비한 버스를 타고 풍천리로 가는 길, 구불구불 산길 따라 깊게 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중 도착했다. 구름 한 점 없던 맑은 날, 버스에서 내리면서 펼쳐진 풍경에 감탄이 나왔다. 마을회관을 품은 산, 새로 돋운 잎들로 짙은 초록빛 사이 연둣빛이 섞여 뿜어내는 싱그러움에 참 좋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오늘 나무가 되고자 이곳을 찾은 이들의 이름을 적고, 준비해주신 도시락을 먹은 뒤 한숨 고르는 시간을 가지면서 산양, 수달, 까막딱따구리, 참매 등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이곳에 더불어 사는 여러 동물과 식물들의 그림을 그려보고 내가 그들 중 하나가 되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었다. 처음 보는 이름들이 많았다. 박쥐, 토끼 이렇게만 알고 있는데 그 안에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다양한 생명들이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나는 토끼박쥐가 되어 이야기하고 싶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내가 이곳에 같이 살아가고 있음을 말하고 싶었다.

다 같이 한자리에 모이며 “나무들의 여덟 번째 행동”이 시작됐다. 투쟁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연대하러 오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천사 같은 양반들”이라 부르며 고마움으로 맞이해준 주민 어르신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이 누구이고 어떤 마음으로 지금 함께 하고 있는지를 모두가 돌아가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민들이 보고 싶어서, 오랜 투쟁인데 함께 못했던 게 미안해서, 기후정의를 위한 중요한 싸움이어서, 딸이 함께 가자고 해서, 이 근처가 고향이라 농사하러 오가는 이웃 마을이라서 저마다의 마음을 펼쳐 보이며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다. 풍천리에 생명과 평화를 바라는 마음이 바람 따라 퍼지도록 노래 공연도 이어졌다. 내란으로 홍천에서 피켓팅하고 집회하며 만났다가 ‘길동무’라 이름 붙이고 이제 같이 투쟁하며 공연으로 연대하는 사이가 된 이들이 있었다. “저 산맥은 말도 없이 5천 년을 살았네. 모진 바람을 다 이기고 이 터를 지켜왔네. 저 강물은 말도 없이 5천 년을 흘렀네. 온갖 슬픔을 다 이기고 이 터를 지켜왔네.” 따라 부르는데 마음이 뭉클해졌다. 이 터를 지켜나가자는 다짐을 함께 부르는 이들과 새기게 되는 노래였다.

이제 나무가 되러 갈 시간. 우리의 연결을 보여주듯 긴 광목 천을 함께 이어 잡고 숲을 향해 행진했다. 우리의 다짐을 새긴 현수막을 달며 구호를 외치며 노래를 하며 숲으로 함께 가 올랐다. 이곳에 살고 있는 생명이 되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둘러 모여 나누고, 숲 사이를 흩어져 저마다 나무 한 그루씩 찾아가 마음과 이름을 적은 리본을 달고 안아 보았다. 나무가 어떤 말을 건네고 있다는 생각에 귀를 대보고, 함께 지키겠다는 마음을 안고 내려왔다.

   

 

풍천리를 지키는 나무들, 사람들

나무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주민들이 지켜온 길, 그 곁에 함께 하는 길동무들의 걸음이 이어지며 4월에 막았던 공사를 5월에도 막아냈다. 그사이, 앞서 군수 고발로 연행됐던 주민들에게 선고된 벌금형에 선고유예가 결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주민들은 이야기한다. 이 싸움이 옳다는 것을 알고, 그래서 꼭 이길 거라고.

한편에선 기후위기 대응의 일환으로 탄소 저감을 위해 나무를 심겠다고 하면서 또 다른 한편에선 100년 넘은 잣나무 수만 그루 숲을 없애고 ‘기후대응댐’ 양수발전소를 짓겠다는 게 동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우리와 ‘기후전쟁’에 함께 한 여러분, 우리의 무기는 창과 칼이 아니고 사랑입니다. 인간과 동물과 나무와 흙의 생명연대입니다. 우리는 뿌리로 몸짓으로, 이 숲을 지켜낼 것입니다.” 함께 선언하며 토요일마다 나무들의 행동이 이어지고, 오늘도 풍천리 주민들은 양수발전소 백지화를 위해 싸우고 있다. 모두를 지키고 살리는 투쟁이다.

 

“100년 된 잣나무숲, 야생동물, 마을공동체 모두 지키고 싶어요”

- 생명의 편에 선 당신에게 전하는 풍천리 주민 이야기 | 새알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