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상임활동가들이 격월로 <이달의책모임>이라는 정기모임을 시작했습니다. 바쁜 틈에도 서로의 운동적 고민을 일상적으로 나누고, 얼굴 맞대는 시간을 확보해나가기 위한 시도라고나 할까요. 상임활동가들이 돌아가며 자기 관심사를 반영하여 책을 고르고, ‘가볍게’ 만나 주제 토론을 하자는 모토로 첫 모임이 성사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가벼운’ 모임에 관한 이야기를 <활동이야기> 코너에 쓰고 있자니, 이 모임은 과연 ‘가벼울’ 수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됩니다. (웃음)
제가 첫 모임의 이끔이를 맡았어요. 함께 읽자고 고른 책은 『이스라엘의 가자학살』.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무장공격 이후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한 이스라엘의 인종학살과 이 전쟁의 향후 전망에 대한 질베르 아슈카르(이하 아슈카르)의 분석을 담고 있어요.
10·7 이후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과 비교할 수 없는 정도의 희생을 대가로 치루고 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이스라엘의 막대한 군사적 우위를 팔레스타인이 뒤집을 수 없기 때문이고, 또 다른 하나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무기지원을 포함한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비호가 있기 때문이지요. 저자는 팔레스타인의의 투쟁은 일차적으로 이스라엘의 군사점령, 정착민 식민주의 확장에 대항하는 대중의 정치적 행동에 의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관심을 끄는 대목 중 하나는 하마스의 무장 투쟁에 대한 저자의 평가였어요. 하마스 전투원 일부 행동이 ‘야만’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더라도 이들의 야만은 거의 언제나 이스라엘의 야만에 대한 대응이었다는 점, 그러므로 지난 수십 년 동안 수천수만의 가자 민간인을 고의로 살해한 이스라엘의 ‘야만’과 같은 선상에서 이 문제를 바라볼 수 없다는 점을 짚고 있습니다. 물론 야만이 ‘정당한 자위’의 도구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요. 다른 한편 저자는 하마스 공격이 정치적으로나 실천적인 면에서나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현명한 판단이 아니었다고 평가하고 있는데요. 그의 해법은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위해 더 많은 이스라엘인을 설득하여 이들이 ‘팔레스타인 해방’이라는 대의에 합류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하마스의 '정치적 오판'이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인의 권리와 존재를 한층 심하게 억압할 구실이 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최근 네타냐후 정부가 하마스로부터 가자지구 진입을 하지 않는 대가로 민간인 석방 제안을 받고도 이를 거부한 채 가자지구 폭격을 감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다. 이런 사실에 비춰보면 저자가 책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스라엘 정부의 이번 전쟁의 자명한 목표는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완전히 추방, 그로 인한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완전한 점령을 실현하려는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소탕하겠다는 구실로 인종청소와 영토 정복을 실행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에서 대중이 대규모로 결집하며 정부들을 압박하는 등 10·7 이후로 전 세계적으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흐름이 만들어졌습니다. 저자가 비무장 저항이었던 인티파다와 같은 성격의 저항이 이 문제 해결의 중요한 열쇠로 언급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하는데요. 한국 역시 팔레스타인 민중의 해방과 연대의 흐름을 조직하는 시민사회 연대행동이 꾸려졌지요. 미국 대학가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반전시위가 계속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식민지배에 대한 전반적인 분위기가 많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조금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과거 저에게 이-팔 문제는 일종의 국제뉴스에 지나지 않았던 거 같습니다. 10·7 이후 정기적으로 열리는 집회와 행진, 이스라엘 대사관 앞 1인 시위에 참여하면서 이 ‘전쟁’에 대한 저의 관심과 행동이 때늦었다는 자각이 일었습니다. 동시에 지금이라도 제대로 알고 행동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달의책모임 첫 시작을 팔레스타인 해방에 관한 책으로 정한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