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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유세

정록
학생회 선거 유세를 한 번 해보고, 내 인생의 유세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유세 비슷한 자리에 가게 될 기회가 생기고 있다. 생각만 해도 힘들지만 이런 기회와 자리가 열린 게 소중하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다.

가원
농담조로 '유세하냐?' 라는 말은 자신을 자랑하거나 과시하는 사람을 기분 나쁘지 않게 놀리며 건네기 참 좋은 말이다.


문득 생각해보니 '세력'이 없어도 유세를 떨며 돌아다녔던 즐거운 기억은 학교에 다니며 페미니즘 동아리 활동을 할 때였다. 축제나 각종 학생주간마다 전시와 선전전을 하고, 강의실과 복도 곳곳에 포스터를 붙이고, 몇명 되지도 않는 구성원들끼리 전단지를 찍어서 명동 거리에서 사람들에게 뿌리기도 했다. 명맥이 끊기지 않을 정도로 드문드문 신입구성원이 들어오는 것으로도 '성공'을 외치며 기뻤던 기억. 대학 내에서 거의 모든 운동이 사라졌다지만, 지금도 여전히 발을 동동 구르며 사람들을 모으고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계속 떠올리고 싶다~

어쓰
막연하게 "유세를 부린다"고 할 때의 유세와 "선거 유세를 다닌다"고 할 때의 유세가 같은 뜻의 단어라고 생각해왔다. '세력'이 '있음'을 자랑하며 티를 낸다는 의미에서. 그런데 이번 아그대다그대 주제를 정하며 사전을 찾아보니 한자도 의미도 완전히 다른 단어더라. 후자는 놀 유에 달랠 세, 각각 떠돌아다닌다는 뜻과 말한다는 뜻이 담긴 글자라 '돌아다니며 의견과 주장을 말한다'는 의미의 단어라고 한다. 뜻도 풀이도 이리 좋은 단어였다니. 차만세 유세단이 자신들에게 딱 맞는 이름을 지었구나 싶다.

다슬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만들기 유세가 내 인생의 첫 유세가 아닐까 싶어요. 처음에는 어떻게 하는 걸까 상상이 되지 않았는데요. 랩핑 된 차만세 유세차량을 보니까. 생각보다 그림이 나오더라는. 저도 유세단으로 함께하면서 차별금지법있는 나라에 함께하는 시민분과 다양한 단체를 만나고 있어요. 아직도 안 보신 분들이 있다면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트위터로 찾아오세요~(사실 페이스북.... 인스타도 있어요:3)

민선
좀 많이 부끄럽지만, 학생회 선거하며 만들었던 선전물 카피가 "5분 먼저 움직이겠습니다"였다. 보다 빠르게 움직이며 살피겠다는 취지로 만들었던 카피가 아니었나 싶은데, 그걸 이미지로 표현하겠다며 그려넣은 시계에 정작 분침은 5분 나중을 향해 있어 유세기간 내내 비웃음을 샀다. 카피와 이미지만으로 성패가 좌우되어서는 안되겠지만, 메세지를 압축적이고 효과적으로 담을 카피와 이미지의 중요성을 배웠던 기억으로 애써 포장을 해본다.

미류
어릴 때 텔레비전에서 김대중 후보가 유세하는 장면을 봤다. 그때 김대중 후보는 남녀평등을 설파했고, 아빠는 내게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었고, 나는 대략 이렇게 말했다. "남자랑 여자랑 다른데 그냥 평등하다고 하면 될까?" 꽤나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 건 뭔가 다 답하지 못한 느낌이 남았기 때문이려나. 어쨌든 평등의 나라로 가자며 유세하러 다니는 지금의 나는 조금 다르게, 조금 더 많이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디요
초등학교 회장 선거에 나간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동네 선배?의 유세를 도운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초등학교 회장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몰랐던 것 같은데 다시 생각해도 여전히 그 역할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는구나 싶다. 다만 초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교문 앞을 들썩이게 하고, 사람들이 모이고, 이야기가 많아지는 과정이 즐거웠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