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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인 인터뷰

“여럿이 함께 가면 험한 길도 즐겁다”

이응걸 님을 만났어요

3월의 어느 날 사무실로 묵직한 택배가 왔습니다. 상자를 열어보니 신영복 선생의 글귀와 함께 사랑방 로고에 주소까지 인쇄된 다양한 크기의 수첩이 가득 들어있었어요. 오랜 시간 묵은 종이로 직접 만든 수첩을 너그러이 받아주면 고맙겠다는 편지를 읽으며 뭉클한 마음이 피어올랐습니다. 수첩이 된 종이가 쌓아온 시간만큼 2000년부터 한결같은 응원을 보내주고 계신 이응걸 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어느덧 20년을 훌쩍 넘긴 인연이네요. 사랑방을 어떻게 알고 후원하게 되셨나요?

그땐 20세기였는데 이젠 21세기네요. ^^ 오래 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인권하루소식을 어떻게 하다 받아보게 되었고, 그렇게 사랑방을 알게 됐어요. 우리 사회에서 제일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직접 같이 하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응원하는 사람이 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아이에게 사랑방에서 자원활동을 해보라고 권하기도 했었는데, 이제 직장인이 되었네요.

홈페이지에서 우연히 보고 알게 되었는데요, 대문에 걸려있는 사랑방 간판을 이응걸 님이 만들어주셨더라고요. 어떻게 또 그런 인연이 생겼을까요?

2006년 대학로에서 중림동으로 사랑방이 이사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어떻게 같이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마침 그때가 서각에 취미가 붙었던 때였거든요. 그래서 이사하는 곳에 걸 간판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버려진 나무 가지고 했던 건데 지금도 쓰고 있다 하니 고맙네요.

서각에 수첩까지 손재주가 많으시네요. 수첩 받고 다들 감동했어요. 애정이 듬뿍 느껴졌는데요, 어떤 마음으로 보내주셨을까 궁금했어요.

너무 애쓰는 게 보이고 그래서 안쓰러운 마음이 늘 있었어요. 어떻게 같이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취미 삼아 만든 수첩이지만 써주면 좋겠다 싶었어요. 동네 단체들에도 나눈 적이 있는데, 신영복 선생님 글이 너무 좋잖아요. 활동하는 분들이 글 보고 힘 받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요.

‘처음처럼’ ‘더불어숲’ ‘함께맞는비’ 수첩에 여러 글귀들이 있었는데요, 다 좋지만 그중에서도 글귀 하나를 꼽는다면?

다 좋잖아요. 시시때때로 바뀌어서 하나 꼽긴 어려운데요... “여럿이 함께 가면 험한 길도 즐겁다”를 꼽아봅니다. (수첩 뒷면마다 새겨져있던 글귀네요.) 활동하는 분들 어려울 때가 많겠지만, 그런 때에도 서로 함께 하면 좋지 않을까요.

여러 단체들에 후원하고 계신데 인권단체, 인권운동을 후원하는 이유가 특별히 있으실까요?

언제쯤 인권운동을 안 해도 될라나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주로 사건을 중심으로 운동이 진행되잖아요. 너무 사건에 치이다 보면 활동하는 사람들이 지칠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해요. 사건에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인권이라는 가치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었으면 좋겠고, 많은 사람들이 인권을 접하고 배우는 기회가 더욱 많아지면 좋겠어요. 제 직업이 목사인데요, 그러다보니 인권을 너무나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인권이 저 멀리 따로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모두의 생명과 연결되는 거잖아요. 그런 가치를 각자 누리면서 같이 사는 것, 그게 인권의 목표가 아닐까 생각해요.

차별금지법제정운동을 사랑방도 열심히 함께 하고 있는데, 반대하는 교회들 보면서 마음이 복잡하실 것 같아요.

교회에서 차별금지법 반대하는 것 속상하죠. 교회가 이해관계로 움직이면서 이익단체가 되는 것 같아서 답답해요. 교회가 사회를 이끌지 못하고 뭔가를 보여주지 못하고 그냥 이익집단화 되어 움직이는 상황인데, 정치보다도 교회가 더 답답하죠.

마지막으로 사랑방 활동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병 안났으면, 아프지 말고 재밌게 했으면 좋겠어요. 너무 사명감에 빠져서 지치지 말고요. (저희 안그래요. ^^;) 그럼 다행이고요. 재밌게 하는 게 잘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저 멀리서 응원하는 한 사람으로 계속 사랑방과 함께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