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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대다그대

내 인생의 귤

민선

사랑방 로고는 귤을 닮았다. 우주 안에서 자유롭고 평등한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는데, 꼭 가로로 자른 귤의 단면 같다. 사랑방 로고색이 주황색이 아닌 다른 색이었다면 귤을 떠올리지 않았겠지만, 과일 중에서 두런두런 모여앉아 나누어 먹기 좋고 부담 없는 게 귤이라는 생각이 드니 새삼 귤을 사랑방과 잘 어울리는 과일로 꼽고 싶어졌다.

 


정록

예전에 제주 여행을 갔다가 하귤이라는 걸 처음봤다. 동네 마당에 하귤 나무가 있었고, 너무 크고 탐스럽게 생겨서 가짜 귤 또는 유자라고 생각했었다. 그 앞에 따놓은 하귤을 파는 무인판매대가 있어서 먹었는데, 어찌나 시던지. 맛은 별로였지만 하귤나무는 관상용이라도 손색없을 정도로 멋졌다.

 


가원

영원토록 귤을 좋아할 줄 알았다. 귤을 좋아하지 않는 일은 상상할 수 없었다. 귤이 싸지는 겨울이 오면 귤 껍질을 까는 기계처럼 닥치는대로 귤을 까 먹곤 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귤에 시큰둥하다. 나도 내가 이럴 줄은 몰랐다. 앞으로 뭐든 평생 좋아할 거라는 맹세는 하지 않겠다.

 


대용

귤을 너무너무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제주도에서 개최된 인권활동가대회에 참여한 이후 달라졌다. 사랑방 활동가들이 모여 앉아 천혜향을 사 먹고 난 뒤로 도무지 귤로 손이 가지 않는다. 맛이 조금 심심하달까, 향이 조금 아쉽달까. 주머니 사정이 있기에 여전히 귤을 많이 사 먹지만, 만성적 불만족의 상태로 겨울을 수년째 보내고 있다.

 


처음 청귤을 봤을 때의 충격. 뭐야, 겉도 속도 너무 예쁜 색깔이잖아…! 그리고 청귤청으로 만든 차를 마셨을 때의 충격. 자몽차보다 훨씬 맛있잖아…! 그런데 요즘 청귤차나 에이드를 파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아 아쉽다. 아시는 분은 제보 바랍니다….

 


세주

귤! 감히 나의 최애 과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왤케 맛있을까? 아마도 귤과의 사촌 어디 쯤이라고 생각되는 오렌지, 천혜양 등~ 향도 너무너무 좋아한다. (촌스러운건지는 모르겠지만) 마트에 가서 과일코너를 둘러보다 결국 카트에 넣게 되는 건 귤이다. 분명히 귤은 겨울이 제철이라고 들었는데 마트에서 사시사철 구입할수 있어 그 또한 좋다. 예전에는 제철이 아닌 경우에는 약간 당도가 떨어졌는데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 귤 이야기를 하다보니 갑자기 생각나는 건 예전에 외할아버지께서 낑깡(사전을 첮아보니 금강이라고)을 드시고 씨를 심어 깡깡나무를 키웠던 기억.

 


아해

최근 반려견에 관한 프로그램을 보다가, 개에 대해서 좀 찾아보았다. 개는 완전히 독립된 종은 아니고, 회색늑대의 아종이다. 늑대와 개 사이에 그렇게 큰 차이도 없어서, 개는 결국 인간 가까이에 사는 늑대라고. 흐에엑. 그리고 모든 개는 모두 한가지 종이란다. 생긴 게 각각 달라보여도 품종이 다를 뿐이지 종은 하나여서 서로 교배가 가능. 그래서 진도개, 닥스훈트, 불독처럼 특정한 생김새와 특징을 가진 개들은 인간에 의해서 또는 지역적으로 반복적으로 교배된 결과. 그래서 그 특징이 강할수록 근친교배의 가능성이 높아서 (열성)유전병의 확률도 높아지는 것이라니, 뭔가 씁쓸하다. 똥개가 건강하다는 것은 유전학적 사실이었다.
우리가 보통 귤이라고 부르는 과일은 '온주밀감'이 그 원래 이름이라는데, 요즘은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황금향 등등 종류도 많다. 모두 교배를 통해서 최근에 만들어낸 품종인데 '인간이 느낄 맛'을 위해서 이렇게 교배를 해서 새 품종을 쏟아내는 것이 역시나 뭔가 씁쓸하다. 길고긴 허리를 가진 닥스훈트를 보는 느낌인데, 식물은 동물이 아니니까 괜찮다고 해도 되나, GMO는 싫지만 품종개량은 인간생존의 노력이라고 봐줘야하나. 그래도 귤 종류는 모두 맛있는 걸 어쩌나. 호호호.

 

어쓰

혼자서 살기 시작한 이후 직접 돈 주고 과일을 사먹은 기억이 별로 없다. 으레 나오기 마련인 껍질을 처리하기도 귀찮았을 뿐더러, 스스로를 믿고 신선 식품을 샀다가 낭패를 본 적이 몇 번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쌀쌀한 겨울이 오면 서늘한 집 베란다에 귤 한 박스쯤 놓아두고 싶어진다. 벗겨낸 껍질에 벌레가 잘 꼬이지도 않고, 손으로 슥슥 까먹을 수도 있으며, 한 봉지씩 나눠주거나 나눠받기에도 좋거니와, 혹여 상태가 안 좋아지면 주스나 잼을 만들어먹기도 편하니 말이다. 이제 귤이 맛있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혹시 박스로 귤을 주문해 먹을 계획이 있다면 <강정평화상단>을 추천하고 싶다. 평화의 섬 제주를 지키기 위한 투쟁에 함께하는 곳이다. 귤 외에도 제주산 축산/수산물을 판매하니, 한 번 살펴보셔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