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인 인터뷰

국방부에서 일하는 페미니스트 조누리 님을 만났어요

이번 달 후원인 인터뷰의 주인공은 국방부에서 여성정책 전문가로 일하는 페미니스트 조누리 님 입니다. 성평등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일을 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조누리 후원인을 만나보시겠습니다.

 

◑ 안녕하세요.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여성학을 전공한 페미니스트이고, 현재는 국방부 양성평등정책과에서 전문경력관으로 일하고 있는 조누리라고 합니다.

 

◑ 페미니스트로 본인을 소개하셨는데, 페미니스트가 된 계기가 있을까요?

어떤 계기가 있어서 페미니스트가 된 것 같지는 않아요 (웃음) 모태 페미니스트라고 할까? 그냥 타고난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성차별적 상황에 직면하거나 성희롱 발언을 들으면 늘 몸이 먼저 반응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중학교 때 한 선생님이 저희 반 여학생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었는데, 그 발언을 듣고 불쾌하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 쳤어요. 그리고 ‘여자다움’을 강요하는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즉시 표현한다든지, 여성들이 성차별적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이루어내는 무언가에 열광하여 그와 관련 기사가 나오면 늘 스크랩했던 기억들이 있어요. 이런 걸로 짐작해보면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모를 때부터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어야 하는 부당한 상황에 대한 저항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 국방부라는 남성중심적 조직에서 일하는 페미니스트이신데요, 극과극의 만남처럼 느껴집니다. 어떤 경로를 거쳐 이 자리까지 오신 건가요?

20대에는 여성학과 국제협력을 공부하고 인도, 방글라데시, 케냐 등 여러 국가에서 여성교육, 여성 경제력 향상 등의 일을 했었어요. 30대 부터는 그 경험을 토대로 교육기관, 수사기관, 군조직 모두 성평등이 필요한 곳에서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기관에서 일을 해온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모두 한 길로 이어져 있어요. 여성들이 보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일에 늘 관심을 가져왔고 그 일을 계속해나가는 것이 제 꿈이기도 합니다. 현재는 정부기관에서 여성정책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 정부부처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한계나 변화해야 할 지점이 있을까요?

국가기관, 공공기관에서 일을 하면서 느끼는 한계는 늘 있기 마련이죠. 이른바 ‘현장’보다는 고정된 틀 속에서 구조화된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가 하는 일이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어떤 식으로 가닿는지 알 수 없는데서 오는 답답함이 있어요. 그리고 일을 추진하기 앞서 해야 하는 반복적인 행정적 문서작업에서 오는 피로감도 있는 것 같아요. 또 하나, 정부부처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보니 나와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을 많고, 이들을 이해시켜나가고 설득시키는 일에서 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기관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으니 그 역할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잘 수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재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기관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은 인권운동사랑방을 비롯한 여러 인권․시민단체에서 해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웃음)

 

◑ 지금 한국사회는 페미니즘 리부트라고 불리는 시대를 맞이함과 동시에 ‘텔레그램 n번방’과 같이 여성에 대한 차별의 극단적인 형태 또한 일상적으로 목도하고 있습니다. 최근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무엇이 문제라고 보시는지 등이 궁금합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여성을 대등한 ‘인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성적 쾌락의 도구로 인식하는 잘못된 성인식과 성별 고정관념을 가진 남성집단문화가 디지털 매체와 자본주의 시스템을 만나 만들어낸 결과물이라 생각합니다. 온라인상에서 여성을 성적대상화하는 것이 그저 남성들의 일상적인 놀이문화, 혹은 호기심에 의한 실수, 사소한 일탈 정도로 여겨왔던 것이 지금 이 사태까지 오게 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특히 n번방의 경우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인원이 이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는 것과 범죄 노출에 취약한 아동․청소년 포함, 생활고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했기에 더 크게 분노하게 되는 거 같아요.

우리 사회는 여전히 ‘피해자 탓하기’, 피해자를 ‘피해자다움’이라는 틀에 가두어 피해자들이 피해를 호소하거나 지원을 요청하는 것조차 주저하게 만들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 사이버 공간 내 모든 피해 유형과 그 도구를 법안의 규제대상으로 포함시키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논의가 흘러가는 것이 안타까워요. 이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나가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면 좋겠고, 그런 노력 위에 법과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 인권운동사랑방에 후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랑방의 활동이 본인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때는 언제인지 말씀해주세요.

인권운동사랑방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모른 채 평소 가깝게 지내는 이가 사랑방에서 활동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후원을 결심하게 되었어요. 그이가 하는 활동이라면 분명 가치 있고 의미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 길에 조금이나마 마음을 보태고 싶었어요. 종종 서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데, 그럴 때마다 활동가로서의 자부심을 느끼며 재미있게 일하고 있는 것 같아 후원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죠. 개인적으로 젠더 이슈에 관심이 많아 인권운동사랑방에서 관련 글이 올라오면 늘 흥미롭게 읽으며 시야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 사랑방이 후원인 모집 사업을 할 예정에 있습니다. 혹시 지인에게 사랑방 후원을 권하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어떻게 사랑방을 설명해보고 싶으신가요?

“인권의 원칙을 지키면서 끝까지 타협하지 않고 소신을 지키며 일하는 단체를 찾고 있습니까? 인권운동사랑방이 여러분 곁에 있습니다. 후원으로 인권운동사랑방이 하고 있는 활동에 동참해주세요.”

 

◑ 조누리 후원인님은 에너지가 매우 많으신 것 같은데요, 일상적인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고 계신지, 좋은 팁이 있다면 사랑방 후원인들과 활동가들에게 나눠주세요.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해서 러닝, 풋살, 농구 등 운동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킬리만자로 정상에 갔다 왔을 만큼 산을 오르는 것 또한 너무 좋아해요. 그래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는 매일 자연스럽게 운동을 하고 있어요. 달리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땀을 흘리고 난 후에 채워지는 에너지를 사랑합니다. (웃음)

 

◑ 마지막으로 사랑방(활동가)에 바라는 점이 있거나, 제안하고 싶은 게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모두 건강하고 재미있게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활동가 자신이 즐겁고 행복해야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이 맞나?’ 라는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들 때 인권운동사랑방을 한 번 찾아가겠습니다.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을 직접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맛있는 거 사들고 사무실로 한 번 찾아갈게요. ^^

 

조누리 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인권운동사랑방과의 인연이 앞으로도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