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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으로 읽는 세상

끝까지 진실을 포기하지 말자는 다짐

검찰이 세월호 참사 전면 재수사와 특별수사단 설치를 전격 발표했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대규모 전국구 ‘강력’ 수사단을 꾸렸다. 법무·검찰 개혁위원회가 서울중앙지검의 특수부 등 직접 수사부서의 비대한 규모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권고한 지 한 달 만에 검찰 스스로 개혁 과제와 배치되는 결정을 한 셈이다. 이를 두고 검찰이 현 검찰개혁 국면을 타개할 정치 셈법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쏟아진다. 특수단의 유의미함을 따지기 전에 검찰 속내를 점쳐야 하는 현실은 검찰에 대한 사회 불신을 반증한다. 그럼에도 검찰의 발표를 지켜보는 마음은 ‘이제서야?’ 라는 원망일 수만은 없다.

세월호 수사, 무엇이 문제였나

지난 수사에 대해 떳떳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검찰이 전면 재수사의 입장을 밝혔다. 검찰의 입장 변화에 아무런 의구심을 가지지 않기란 힘들다. 검찰은 전면 재수사와 함께 지난 수사에서 무엇이 부족했었는지 분명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진행될 특수단의 수사가 지난 과오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4.16 가족협의회는 “지난 시절 부실 편파 수사의 과오를 철저히 반성하고 304분 희생자의 억울한 죽음 앞에 부끄럽지 않은 수사”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검찰의 지난 시절 과오는 무엇일까. 세월호 참사 관련 검찰의 수사력은 참사의 원인으로 선장과 선원, 청해진 해운과 실소유주 유병언 일가의 비리, 해운업계 감독기관의 비리와 유착 문제 등으로 집중됐다. 반면 구조하지 않은 정부, 대형 재난을 지휘하는 시스템 부재에 대한 책임을 참사 현장에 있었던 목포해경 123 정장 한 사람에게만 물었다. 그 이후에도 검찰은 지휘라인에 대한 추가 기소를 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5년 7개월, 지금도 여전히 ‘왜 침몰했나?’, ‘왜 구조하지 않았는가?’, ‘왜 수사를 방해했나?’ 등 참사의 총체적 진실은 완성되지 않았다.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종결하면서 검찰의 수사 결과가 마치 진실처럼 받아들여지고, 그로 인해 참사의 책임마저 더 묻기 어려워진 것이다. 검찰이 적극적으로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막은 셈이다. 만약 검찰이 특수단 설치를 기점으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의 주체가 되고자 한다면 특수단의 수사는 과거의 수사와 달라야 한다. 오늘의 검찰이 어제의 검찰을 단죄할 수 있다는 결심으로 재수사에 나서야 한다.

전면 재수사의 목표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304개의 의문사 사건으로 남아있다. 왜 세월호처럼 큰 배가 갑자기 쓰러졌는지, 왜 구조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았는지, 배에 탑승하고 있던 사람들 중 304명의 승객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중 5명은 어떻게 시신조차 찾을 수 없었는지, 이 모든 의문에 답하는 것이 전면 재수사의 목표여야 한다.

그 중 해경을 포함한 정부의 구조와 대응 및 지휘체계는 제대로 수사된 적이 없다. 해경의 책임이 분명해질수록 국가 책임이 커질 것을 경계한 박근혜 정부가 청해진해운으로 책임을 떠넘기려 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선장과 선원에 대한 공판에서 알려진 바대로, 선장이 탈출한 시점에라도 퇴선명령이 내려졌다면 승객 전원이 탈출할 수 있었다. 탈출에 걸리는 시간은 최소 6분에서 최대 8분으로 알려졌다. 13일, 사회적 참사 특별위원회는 '구조 방기'와 관련해 해경 수뇌부에 대한 수사를 특수단에 요청했다. 검찰은 304명의 죽음에 가담한 해경 지휘라인의 책임을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한편 검찰의 재수사는 참사와 관련한 수사 외압에 대해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에 대해서는 사고 수습과 사후 대책 마련보다 참사 보도 통제와 여론 조작, 수사 외압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당시 법무부 장관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23 정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지 못하도록 힘을 행사했고, 우병우 민정 수석은 해경에 대한 압수수색을 막았다는 의혹이 그것이다. 1기 특별조사위원회 조사를 적극 방해한 당시 새누리당의 행위에 대한 수사와 그에 따른 적절한 사법적 책임을 통해 재난 참사 이후 진실규명과 피해 회복을 위해 사회가 져야 하는 책임과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검찰 혼자 할 수 없다

검찰과 별개로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꾸려진 사회적 참사 특별위원회는(이하 사참위) 직권조사를 통해 침몰 원인, 구조 방기, 언론 문제 등에 대한 다양한 의혹들을 밝히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난 10월 31일 발표한 사참위의 세월호 참사 구조와 관련한 중간조사 결과가 그 일부이다. 구조에 대해 책임을 다하지 않은 해경 지휘부의 책임 하나가 밝혀진 셈이다. 다양한 의혹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다양한 경로로 포괄적 조사를 해왔을 사참위는 진실규명의 과정은 검찰로만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검찰의 수사와 기소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사법적 도구로서, 실체적 진실을 구성해 나가야 한다. 검찰의 수사는 강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참위의 조사와 차별성을 가진다. 검찰이 가진 기소권은 분명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 대응과 지휘체계, 구조과정의 문제에 대해 더 많은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는데 기여할 것이다. 독립적인 조사기구인 사참위의 역량과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국가기관인 검찰과의 공조가 기대되는 이유이다.

진실에는 시효가 없다

임관혁 특수단장이 “백서 쓰는 마음으로 이번 수사가 마지막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진실에는 시효가 없다. 검찰의 재수사는 진상규명 과정 중 하나이고, 검찰은 그 종결자가 될 수 없다. 사참위 중간발표 전부터 사망시간이 다른 두 장의 사체검안서를 놓고 초기부터 의문을 제기해 온 유가족이 있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피해자와 유족들의 멈추지 않은 질문 덕분에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본격적인 수사에 앞서 검찰은 참사 유가족과의 소통 체계도 반드시 구축해야 할 것이다. 진상규명의 주체인 피해자들의 조사와 수사과정에서의 참여를 보장하는 게 진실에 가까이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5년 7개월 만에 다시 시작되는 검찰의 전면 재수사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특수단의 수사에 섣부른 기대를 걸거나 지나치게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진실을 포기하지 말고 가보자는 다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