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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다 함께 만들어가는 ‘416 생명안전공원’

“광화문 광장이요.” 했을 때 난 택시 아저씨의 눈치를 살폈다. “타요”라는 답변에 안도했다. 그때부터 시작됐다. 차가 엄청 막히기 시작하자 집회에 관련된 온갖 욕을 하기 시작했다. (진짜 욕을 하셨다. 특정 집단이 아니라 그냥 집회 자체를.)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아서 답답증이 올라왔고 멈추지 않는 아저씨의 욕설은 날 갑갑하게 만들었다.

그 때 일행이 근처 역을 발견하고 거기에서 내리겠다고 말했다. 우린 같이 내렸고, 자기가 서점을 가서 책을 읽는 것보다 같이 하는 것이 더 의미 있지 않겠냐며 따라왔다. 그날 태극기 부대(어버이연합)의 대규모 집회가 있었고 광장을 둘러싸고 있었다. 옆에서 워낙 큰 소리를 틀어서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그 속에서 열심히 진행하시는 4.16재단 외 모든 분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화가 날법한 상황인데도 여유를 잃지 않고 진행을 이어나갔다. 나와 지인은 서로 이 상황이 너무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 서로 웃음이 나왔다. 그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그룹별로 생명안전공원이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좋을지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지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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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면서 배울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

다 함께 나들이 공간처럼 올 수 있으면 좋겠고, 그 의미를 아이들에게 또 그다음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공간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이 많이 올 수 있어야, 계속해서 많이 기억되고 고민하며 생명안전공원의 의미가 더 깊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들이 생명안전공원을 위한 콘텐츠(시, 영상, 노래…. 등등)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참여자 중 한 분이 자신의 특기를 살려서 4.16 유가족을 위한 시를 작성해왔다. 일행이 그걸 보고 인상 깊었다며 우리가 각자의 재능을 살려서 여러 형태의 콘텐츠가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무사히 4.16 생명안전공원 경청회를 마쳤다. 식당을 가서 태극기집회를 만났다. 또 듣고 싶지 않지만 그들의 주장이 들렸다. “우리가 옳기 때문에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 거고, 그럴수록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당을 나오자마자, 일행이 한마디 했다. “저 사람들도 신념(?)이라는 걸 가지고 하는데, 우리들이 더 강한 신념을 가지고 하면 된다.” 이 말이 그날의 삼재를 다 날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