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의 편지

사랑방에서의 일주일

안녕하세요, 3월부터 사랑방에서 새로 상임활동을 시작하게 된 몽입니다.

이렇게 첫 줄을 쓰고 나니 다음엔 어떤 말을 이어 가는 게 좋을지 고민하느라 30분 정도 멍을 때린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다른 상임활동가들은 처음 활동을 시작했을 때 어떤 글을 썼지?’ 궁금해지면서, 사랑방 홈페이지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하나하나 읽다보니 이제 갓 일주일 함께한 동료들이 그새 또 새롭게 보이네요. ‘촉촉한’ 글을 써서 의외의 모습에 놀라게 된 사람도 있고, 섬세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차분하게 정제된 글을 쓰는 사람도 있었구요. 다른 활동가들이 사랑방에서 초심자였던 시기를 보고 있다 보니 설렘 속에서도 약간의 긴장감 같은 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첫 활동가의 편지를 쓰는 지금의 제 어색함이나 막연함 같은 것도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안심이 되었습니다.

작년 가을 즈음부터 ‘노란리본인권모임’으로 자원활동을 함께 하긴 했지만, 상임활동가로 사랑방에서 보낸 일주일의 소감을 떠올려보니 사랑방의 활동이든 사람이든 ‘딱 내가 생각했던 대로’인 것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것 같아요. 그래서 첫 활동가의 편지에는 ‘딱 내가 생각했던 대로’가 아니었던 사랑방에 대해서 써 볼까 합니다.

 

밥당, 한 달의 준비기간

 

과거의 저에게 사랑방의 이미지 중 하나는 ‘밥 주는 좋은 단체’였어요(^^). 제가 다른 단체에서 활동하던 시절에 연대활동 회의를 사랑방 사무실에서 할 때가 종종 있었는데요. 회의가 끝나는 시간과 점심시간이 겹치는 때가 있으면 ‘밥 먹고 가세요~’라며 밥을 줄 때가 있었거든요. 당시에는 점심과 저녁 매끼를 밖에서 사먹는 삶에 익숙할 수밖에 없었는데, 남이 해 주는 집밥 같은 밥이 엄청 반가웠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사랑방은 함께 사무실 건물을 사용하는 인권교육센터 들과 함께 밥을 해 먹는데, 매 끼 10여명의 밥을 짓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일주일동안 지켜보고 나니… 구성원이 훨씬 많았던 과거에 사무실에 온 다른 단체 활동가 밥까지 챙겨주었던 마음이 보통 호의가 아니었다는 걸 다시금 생각하게 되네요.

생각해보면 상임활동가 입방총회를 준비하면서 구성원들과 인터뷰를 할 때 종종 들었던 질문 중에 하나도 ‘밥 잘해요?’였어요. 집에서 밥을 해 먹더라도 1~2인분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렇지 않아도 10여 인분의 밥 생각에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왠지 출근 며칠 안에 밥을 해야 될 수도 있지 있을까 싶어서 미리 연습이라도 해봐야 하나 싶었죠. 그런데 밥당(밥 하는 당번)과 설당(설거지 당번)을 새로 정하면서 저는 신입이라 한 달 동안은 살펴보고 준비하는 기간으로 당번을 빼주더라구요! (안심)(기쁨)(환희) 일주일 동안 먹은 밥이 너무 다 맛있어서 제가 한 밥을 맛본 다른 활동가들이 점심 보이콧이라도 하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한 달 동안 눈치코치로 잘 봐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외로 즐거웠던 쇼핑 데이

 

한 주가 지나고 어느 새 훅 다가온 금요일 점심. 그 와중에 저는 출근 첫 주다보니 필요한 몇 가지 사무용품이 있어서 근처 가게를 다녀오겠다며 나서려던 참이었어요. 혹시 가는 김에 부탁할 게 없는지 물어본 것이 시작이었죠. ‘신발장 칸을 나눌 합판 같은 게 필요한데’, ‘같이 갔다 와~’, ‘네가 같이 가야 되는 거 아냐?’, ‘나도 바람이나 쐴까. 우리 이 김에 산책 갈까?’, ‘아이스크림 먹을까?’ 웅성웅성 하더니 두둥! 어느새 모두가 함께 사무실을 나서고 있었습니다.

예전에도 옆에서 지켜본 사랑방 활동가들은 많이 바빴고, 지난 일주일도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다들 많은 이슈와 활동들을 소화하느라 바쁘게 지내고, 활동가 한 사람 한 사람이 소화해야 하는 몫도 만만치 않으니까요. 사랑방이 표현을 굉장히 살갑게 하거나 눈에 확 띄게 챙겨주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생각한 것도 있고요. 그런데 그 날은 갑자기 생각지도 못하게 다 함께 쇼핑을 나가게 되는 상황이 확실히 의외의 즐거움을 주었던 것 같아요. 다 함께 생활용품 쇼핑을 마치고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니, 아무리 활동이 바쁘더라도 잠깐의 휴식이 꿀맛이고 함께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필요한 건 어디나 다 마찬가지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모 활동가는 “으이구, 다들 일 하기 싫어가지고…”라며 타박 아닌 타박을 하기도 했지만요….)

 

이정도로 공을 들일 줄은

 

사랑방 활동가들도 스스로 이야기하지만, 아마 사랑방 활동을 옆에서 어느 정도 지켜본 분들이라면 ‘사랑방은 회의를 길게 하는 조직’이라는 말도 들어보셨을 것 같아요. 저도 대충 그 정도로만 알고 있었구요. 그런데 일주일간 막상 겪어보니, 그 말은 또 다른 의미더라고요! 처음에 들었을 때는 단순히 회의 시간이 길다는 것인가 싶었는데 ‘회의가 길다 = 논의가 깊다’까지 포함하는 의미였던 거지요…. 매주 사랑방 활동가들이 돌아가면서 연재하는 [인권으로 읽는 세상] 글 하나를 쓰기까지, 이 정도의 시간과 공을 들여서 함께 논의하는 물리적인 시간/구조가 있다는 것이 조금 신기하기까지 했어요. 물론 너무나 의도적이고 의식적인 조직 차원의 노력이라는 점에서요. (이제 와서 고백하자면 [인권으로 읽는 세상] 논의하는 첫 회의에서는 중간에 살짝 졸았습니다. 미안합니다.)

신입활동가 교육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저는 신입활동가로서 첫 주를 보냈을 뿐, 앞으로 3개월 동안은 구체적인 활동 배치 없이 신입활동가 교육을 받게 됩니다. 제가 개별적으로 받게 되는 인권운동과 사랑방의 역사, 사랑방의 활동의제와 현재의 활동 고민에 대한 교육들은 기본이고, 모든 상임과 함께 하는 수차례의 인권 세미나부터 인권과 글쓰기 교육까지- 물론 3개월 내리 교육만 받는 것은 아니고 사랑방의 여러 활동에 함께 하게 된다고는 하지만, 처음에는 3개월 교육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싶은 생각도 들었거든요. (지금까지 해오던 걸 보니까 가능할 것 같아요….) 벌써 일정표에는 여러 교육과 세미나 일정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데, 사랑방이 어떤 조직인지 너무 잘 보여주는 세팅이랄까요. 사실 제가 사랑방에서 활동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에도 이런 구조가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 크기도 했구요. 하지만 저보다 앞서 1년 내에 상임으로 결합한 활동가들의 다크서클을 보면 조금 무서워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앞으로도 종종 쇼핑 데이 혹은 아이스크림 데이를 가져야겠죠…?

첫 문장을 쓰고 나서는 막막했는데, 역시 또 쓰다 보니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이야기가 길어지네요. 제가 앞으로 사랑방에서 해 나갈 활동의 즐거움이나 보람도 그런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사랑방에서 ‘딱 내가 생각했던 대로’가 아닌 것들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되겠지만, 그 차이가 또 다른 재미를 주는 공간이 되면 좋겠네요. 막막하기도 하고 불투명하기도 해서 불안하기도 한데, 하다 보면 하나하나 발견하고 덧붙여나가고 있는 제 자신과 동료들을 계속 바라볼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런 활동을 해나갈 수 있도록 응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